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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위원장 "OTT는 영화산업에 큰 기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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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영화제 위원장 "OTT는 영화산업에 큰 기회 될 것"

입력
2021.02.04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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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토 바르베라 인터뷰 "봉준호 세계적 사랑 받아"

알베르토 바르베라(오른쪽 두 번째) 베니스국제영화제 위원장이 2018년 5월 칸영화제 기간 중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 참석해 한국 영화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알베르토 바르베라(오른쪽 두 번째) 베니스국제영화제 위원장이 2018년 5월 칸영화제 기간 중 열린 '한국영화의 밤' 행사에 참석해 한국 영화인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전염병 대유행이 끝나면 관객들은 극장으로 돌아가고픈 감정을 강하게 느낄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산업이 신음하고 있다. 극장 관객은 줄고,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이용은 급증했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뉴노멀(새 규칙)’은 전염병 대유행이 끝난 뒤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극장에겐 암울하기만 한 전망이다.

하지만 알베르토 바르베라 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낙관적이었다. 큰 화면으로 영화를 보고자 하는 욕구는 여전하다는 이유에서다. “영화제의 역할과 위상 역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3~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제9회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를 맞아 한국일보와 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다. 주한이탈리아문화원과 베니스비엔날레재단이 공동 주최한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는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된 주요 영화들을 한국 관객에게 소개하는 행사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 베니스영화제는 칸ㆍ베를린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힌다.

바르베라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OTT가 영상산업의 강자로 부상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봤다. “변혁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진행 중이었고, 다만 전염병 유행으로 가속화 됐을 뿐”이라며 “OTT 경쟁으로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 더 많은 영화들에 엄청난 돈이 투자되고 많은 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온라인 상영이 발달하면서 영화제의 역할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영화제는 여전히 가장 적게 돈을 들여 세계적으로 영화를 가장 잘 알리는 적합한 방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영화제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영화제는 많은 산업 관계자들, 예술가들, 언론인들, 영화 애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큰 화면으로 새로운 영화를 발견하는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코로나19를 통해 우리는 영화제를 양적, 질적으로 더 개선시킬 기술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베니스영화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78회 행사(9월 1~11일)도 오프라인으로 열린다. 칸영화제가 지난해 모든 행사를 취소하고, 올해 베를린영화제가 온라인으로 열리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바르베라 위원장은 “지난해는 전년보다 초청작이 20%, 참가자가 40% 가량 줄었지만 성공적인 행사였다”며 “베니스영화제가 없는 해는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베르토 바르베라(왼쪽 세 번째) 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기간 중 오석근 당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알베르토 바르베라(왼쪽 세 번째) 베니스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기간 중 오석근 당시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봉준호 감독이다. 바르베라 위원장은 “봉 감독 모든 영화의 열성적인 팬”이라며 “2018년 10월 (프랑스) 리옹 뤼미에르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 회고전이 열렸을 때 만난 이후 심사위원을 제안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은 봉 감독이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경쟁 때문에 바빠 초빙할 수 없었다”며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 안부 인사를 보내며 더 큰 역할을 제안했는데 이를 적극 받아들여 무척 행복하고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바르베라 위원장은 “‘기생충’의 성공으로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감독 중 한 명이 됐고, 무엇보다 열정적인 영화애호가인데다 호기심 많고 개방적”이라서 봉 감독을 심사위원장으로 위촉했다고 밝혔다.

베니스영화제는 오래 전부터 한국 영화에 관심을 비춰왔다. 1987년 ‘씨받이’의 배우 강수연에게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안겼고, 2002년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 2004년 ‘빈집’의 고 김기덕(1960~2020) 감독에게는 감독상을 각각 시상했다. 2012년에는 김 감독의 ‘피에타’에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여했다. 바르베라 위원장은 1990년대부터 한국 영화에 관심을 둬 온 애호가이기도 하다. 바르베라 위원장은 “한국 영화는 문화적 유산에 뿌리를 둔, 우수 영화들로 이뤄진 오랜 전통이 있다”며 “매우 개인적이면서 독창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서양 관객들은 문화격차 때문에 아시아 영화를 보길 꺼리는데 지금은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며 “‘기생충’의 성공과 김기덕 박찬욱, 이창동, 홍상수 감독 등이 얻은 명성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바르베라 위원장은 “유럽 영화제들이 지난 20년 동안 좋은 한국 영화들을 골라서 알린 결과”라며 “이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9회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 개막작 '마깔루조 다섯 자매'.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제공

제9회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 개막작 '마깔루조 다섯 자매'.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제공


올해 베니스 인 서울 영화제에서는 개막작 ‘마깔루조 다섯 자매’(감독 엠마 단테)와 ‘우리 아버지’(감독 클라우디오 노체) 등 최신 이탈리아 영화 7편이 상영된다. 바르베라 위원장은 “7편은 이탈리아 영화가 건강하다는 걸 나타내주는 사례들”이라며 “각기 다른 모습을 지녔는데 이탈리아 감독들의 새로운 표현 방식과 스토리텔링 실험을 보여 준다”고 소개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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