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의료진에 150만원 보내려 영상 올려
톰 무어 경 "햇살이 다시 당신을 비출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싸우는 의료진에 보낼 성금을 마련하겠다며 집 안 정원을 100바퀴 도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해 590억여원을 모금한 영국의 100세 노(老)영웅이 하늘로 떠났다.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위한 기부금 3,890만파운드(약 594억원)를 모아 감동을 선사한 제2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 톰 무어 경(卿)이 이날 영면했다. 5년 넘게 전립선ㆍ피부암 치료를 받아 온 무어 경은 폐렴을 앓다가 열흘 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잉글랜드 중부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고, 평소 복용하는 다른 약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지 못했다고 가족들이 전했다.
세계가 슬퍼했다. 관저에 조기(弔旗)를 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무어 경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영웅”이라며 “영국뿐 아니라 세계를 위한 희망의 불빛이었다”고 애도했다. 미국 백악관도 무어 경이 “자기 삶ㆍ행동으로 수백만명을 고무했다”며 경의를 표시했다.
무어 경은 100번째 생일을 앞둔 지난해 4월 보행기에 의지한 채 자택 내 25m 폭 정원을 왕복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애초 그의 목표는 NHS에 기부할 1,000파운드(152만원)를 채우는 거였다. 그러나 “해가 다시 당신을 비추고 구름은 사라질 것”이라는 완주 직전 그의 메시지가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모금액은 6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불었다.
이후 그는 명사가 됐다. 100번째 생일 때 전 세계에서 12만5,000여개의 축하 카드가 답지했고, 가수 마이클 볼과 함께 부른 ‘너는 결코 혼자 걷지 않을 거야(You‘ll Never Walk Alone)’가 영국 주요 싱글 차트 최고령 넘버원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딸들은 “아버지가 활기를 되찾고 꿈꾸던 것들을 경험한 마지막 해였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