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제3지대 단일화'를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자신이 제시한 '국민의힘 주도 야권플랫폼 경선' 방안에서 한 발 물러나 '플랜B'를 선택한 셈이다. 국민의힘에서도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차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는 안 대표의 선택 배경도 관심이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어려운 결정을 해준 금태섭 후보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사실상 금 전 의원의 제안을 100%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금 전 의원도 즉각 입장을 내고 "결단을 환영한다"며 "적어도 (다음주) 설 연후 전에 치열하게 토론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4일 회동을 갖고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과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 대표가 국민의힘까지 포함한 '야권 원샷' 경선 주장에서 '단계적 경선'으로 선회한 것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 태도가 결정적이다.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안 대표와 경쟁할 만한 인사들이 속속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에 합류하면서 시선은 자연스레 이들에게 쏠리고 있다.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해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를 지켜 봐야 하는 안 대표지만 이를 마냥 지켜만 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안 대표가 금 전 의원 등과 제3지대 단일화 경쟁에 나선다면 국민의힘 경선 레이스에 쏠리는 관심은 아무래도 분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금 전 의원 등과 단일화 과정 속에서 제3지대 지지를 미리 선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음달 초 최종적으로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 들어가면 안 대표는 제1야당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 후보에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3지대 지지를 확실하게 다져놔야 한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향후 펼쳐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국면에 대비해 중간지대 범야권을 하나로 끌어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안 대표의 '결단'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날 오전 김종인 위원장과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은 연석 회의를 열고 국민의힘 후보 선출을 완료한 뒤 3월 초에 야권 단일화를 이루는 방안을 재확인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연석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아주 복잡하게만 여겨졌던 야권 단일화 방정식이 훨씬 단순하고 명료해졌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제3지대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범야권 후보 단일화는 투 트랙 절차를 밟게 됐다. 다음달 4일 결정되는 국민의힘 후보와 안 대표를 비롯한 제3지대에서 승리한 후보가 다음달 중순쯤 마지막 승부를 벌이게 될 전망이다. 늦어도 서울시장 후보 등록 시작 전날인 다음달 18일까지는 야권 후보 단일화 작업을 마무리 해야 한다. 정진석 위원장은 "보궐선거 20일 전 내지 한달 정도 전 내외로는 윤곽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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