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이 내년 봄에 한국을 방문할 겁니다. 이어 관광객 1만 명도 한국에 갑니다.”
지난해 11월 중순 중국 베이징. 린쑹톈 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주요 기업 임원들과 마주 앉았다. 협회는 중국의 해외 민간교류를 총괄하는 곳이다. 한중 수교 30년이 다 됐지만 한국 기업들만을 위한 간담회를 마련한 건 극히 이례적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불과 일주일 만에 중국의 기류가 달라진 셈이다. 차관급 인사인 린 회장이 두둑한 ‘선물 보따리’를 예고하며 먼저 운을 뗀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달쯤 지났다. “혹시 시 주석이 조만간 한국에 간다는 이야기가 있나요?” 연초에 걸려온 재계 관계자의 전화다. “아직은 때가 아닐 텐데요.” 머뭇대며 답했다. 속으로는 ‘뭐 놓친 게 있나’ 싶어 찜찜했다. 며칠 후 실체를 알게 됐다. 한국에서 갑자기 중국 관련 주가가 급등했다고 한다. 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던 차에 시 주석 방한과 견줄 호재가 없던 터라 자연스레 관심이 정상외교로 쏠렸던 것이다.
다시 보름가량 지나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전화 통화를 했다. 중국의 요청이었다. 청와대는 방역 협력과 '한중 문화교류의 해' 지정을 성과로 강조했다. 각각 지난해 8월과 11월 양제츠 정치국원, 왕이 외교부장 방한 때 논의와 별반 다름없었다. 오히려 중국 매체들이 공산당 창당 100년을 축하하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과도하게 부각시키면서 잡음을 키웠다. 시 주석 방한 추진은 이번에도 청와대 발표에만 머쓱하게 담겼다.
서로 바람만 잡고 매듭 짓지 못하면서 허무한 '말의 성찬'만 남았다. 코로나19는 한중 외교의 ‘결정적 순간’을 미룰 좋은 핑곗거리가 됐다. 백신 접종으로 상황이 진정되더라도 문재인 정부가 내내 공들인 시 주석 방한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시 주석은 정권 임기 말의 민주주의 국가를 찾은 전례가 없다.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반도 정세 전문가는 이렇게 단언했다. 한국이 바라던 선물의 윤곽이 흐릿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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