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 대정부 질문에서도 소신 안굽혀
여당 확전 자제하면서도 대규모 추경 편성 밀어붙이기
당정 갈등 지속에 4월 대규모 재난지원금 지급 불투명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국가채무와 재정 건전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겠다"며 여당이 추진 중인 '보편+선별' 재난지원금 지급에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을 다시 한번 밝혔다.
여당은 당정 갈등 부각을 우려한 듯 홍 부총리를 상대로 관련 질의를 최소화하면서도, 뒤로는 '기재부 때리기'를 이어가며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계속되면서, 4월 전 대규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여당 방안이 계획대로 실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홍남기 "재정 건전성 같이 봐야... 존중해달라"
여당은 이날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홍 부총리를 상대로 다소 형식적인 질문만 던지는 등 당정 갈등이 수면 밖으로 드러나는 상황을 최소화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관련 질의가 나올 때마다 평소 소신을 드러내며 여당의 대규모 추경에 반대 의견을 고수했다. 그는 '기재부가 국가의 곳간 못지않게 국민의 곳간도 함께 생각해달라'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재정을 맡은 입장에서 국가채무, 재정 건전성 문제를 같이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재정 당국이 재정 건전성을 보는 시각에 대해 존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재정적자가 가장 낮다는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의 지적에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절대적인 적자 수준뿐만 아니라)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속도, 재정적자가 나타나고 다시 회복될 가능성 등을 다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가 신용등급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홍 부총리는 특히 확장재정과 관련해 "정부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재정이 적극 노력을 하겠다"면서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는 단서를 붙였다. 4차 재난지원금 논의에는 나서야 하겠지만, 여당이 요구하는 전 국민 지원 등 과도한 지출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소신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여당, 오전에 "확신 절제하라"... 오후 질문은 형식적
민주당이 대정부 질문장에서는 홍 부총리를 크게 압박하지 않았지만, 오전만 해도 상황은 매우 달랐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보편+선별'을 혼합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대규모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기재부에 대한 압박을 이어갔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위기에는 위기답게 절박한 자세로 재정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 국민의 삶과 경제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민 최고위원도 "기재부의 판단만이 옳다거나 최종 판단이라는 자세는 예산 결정에 대한 헌법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기재부의 실무 판단이 옳다는 자기 확신을 절제하라"고 말했다.
이같이 당정 간 이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4월 보궐선거 전 4차 재난지원금 형식은 여전히 미지수인 상황에 놓이게 됐다. 1~3차 재난지원금 때와 달리 당정 갈등이 초기에 좀처럼 봉합되지 않자, 홍 부총리 퇴진 등 극단의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당정 갈등이 지속되면서 청와대의 정책 조율 능력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경제 현안 조율 역할을 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며 "현 정권이 임명한 관료를 여당에서 타박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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