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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화재로 자녀 잃은 아버지 한탄 "구조 빨랐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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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화재로 자녀 잃은 아버지 한탄 "구조 빨랐다면…"

입력
2021.02.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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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서 발생한 화재로 장모와 두 자녀 사망
"아이들, 연기 자욱해 못 빠져나와… 모두 내 탓"

지난달 30일 강원 원주시 명륜동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번지면서 이웃에 살던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할머니가 사망했다. 우태경 기자

지난달 30일 강원 원주시 명륜동 한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번지면서 이웃에 살던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과 할머니가 사망했다. 우태경 기자

"다음달에 태권도 1단 따면 아빠한테 자랑하려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지난달 31일 강원 원주시 명륜동 재개발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김국용(50)씨는 생떼 같은 어린 두 자녀를 잃었다.(관련기사: "소방 선발대 도착 때 아이들 살아 있었다" 원주 화재 주민들 증언)

새벽시간 이웃이 사용하던 석유난로에서 시작한 불은 이웃집인 김씨 집에 더 큰 피해를 안겼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4년 전 한국을 찾은 장모 레베카(73)씨와 김예지(9)양, 김용지(7)군 남매가 집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숨졌다. 아내 레이지(33)씨는 겨우 빠져 나와 살아 남았다.

지난달 31일 강원 원주시 명륜동 화재로 김국용씨의 장모 레베카(오른쪽 위)씨와 김예지양, 김용지군이 숨졌다. 김국용씨 제공

지난달 31일 강원 원주시 명륜동 화재로 김국용씨의 장모 레베카(오른쪽 위)씨와 김예지양, 김용지군이 숨졌다. 김국용씨 제공

화마가 들이닥치기 전까지 김씨 가정은 너무나 화목했다. 두 자녀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아빠엄마 말도 잘 따랐다. 중국에서 일하는 아빠와 매일 영상통화를 할 정도로 아빠 사랑도 가득했다. 김씨는 유독 사고가 발생한 날만 영상통화를 하지 못해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중국에서 갑작스런 사고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한 김씨는 5일 뒤늦게 차려진 빈소를 지키고 있다. 그는 두 자녀의 영정을 볼 때마다 '내 탓'이라고 자책하고 있다.

큰 딸 예지양은 소화기 사용법까지 숙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집에 있던 소화기는 화마보다 빠르게 들이닥친 연기 탓에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집에서 연탄을 사용하니까 소화기를 비치해놓고 불이 나면 소화기를 얼른 뿌리고, 누전 차단기도 내리라고 훈련을 시켰다"며 "그런데 우리 집이 아니라 외부에서 불이 났으니 속수무책이지 않았겠냐"고 한탄했다.

화재 발생 초기만 해도 두 자녀는 살아있었다고 한다. 자다 깨서 탈출을 시도했지만 이미 자욱해진 연기를 흡입해 쉽지 않았다. 그는 "아내가 애들을 깨워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연기를 마셔서 울기만 하고 움직이질 못했다고 한다"며 "아이가 엄마를 계속 불렀는데, 아내가 연기 때문에 아이들을 못 구해 트라우마가 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1일 강원 원주시 명륜동 한 주택에서 발생한 사고로 숨진 김예지(오른쪽)양과 김용지군. 김국용씨 제공

지난달 31일 강원 원주시 명륜동 한 주택에서 발생한 사고로 숨진 김예지(오른쪽)양과 김용지군. 김국용씨 제공

김씨는 "구조대원이 조금만 더 일찍 투입됐다면 아이들을 살릴 수 있지 않았겠냐"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원주소방서에 따르면 오전 3시 5분에 첫 신고가 온 뒤로 6분 만에 선발대가 화재 현장 부근에 도착했다. 소방당국과 주민 등에 따르면 소방대원들은 최초로 화재가 발생한 집으로 먼저 향했다.

김씨는 화재발생지에서 불길을 잡느라 인명구조가 늦어진 것 같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이웃집에서 시작한 화재가 화장실을 경유해 주방과 거실을 거쳐 방으로 번졌다"며 "구조대원이 빨리 왔다면 살릴 수 있었다. 인명구조를 우선해야 하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웃 주민들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김씨 집에서 아이들의 구조를 시도했던 주민들은 "소방대원이 있었다면 아이들 방에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대원들이 도착했을 땐 불이 번질대로 번진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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