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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인가… 징계· 탄핵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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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인가… 징계· 탄핵 가능성은

입력
2021.02.05 21:00
수정
2021.02.05 23: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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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은 명백" 의견 다수
법관징계법에 '대법원장 징계청구권자' 규정 없어
탄핵도 '헌법·법률 중대한 위반' 사유 있어야 가능
형사처벌도 힘들어...?金 '도의적 책임' 인식이 관건

김명수 대법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 퇴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선 여러 영향이랄까 뭐, 그런 걸 생각해야 하잖아. 그 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되고.”

2020년 5월 22일, 임성근 부장판사와의 면담 중 김명수 대법원장 발언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며 했던 발언의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사법부의 최고 수장이 “정치적 상황을 살피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기 때문이다. 당장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대법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심지어 징계나 탄핵,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만은 않다.

5일 성명서를 낸 임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17기)들은 “임 부장판사가 아니라, 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전날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김 대법원장을 형사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임 부장판사와의 면담 시) 탄핵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거짓 답변서를 제출했고, 임 부장판사가 건강을 이유로 낸 사표조차 부당하게 수리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김 대법원장에 대한 이 같은 공격의 기저에는 ‘법관의 정치적 중립 의무’라는 대전제가 깔려 있다.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다. 정치적 상황을 포함, 내ㆍ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고 재판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관윤리강령에도 ‘법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고 명시돼 있다.

실제로 김 대법원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는 전ㆍ현직 판사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모습이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아무리 선해(善解)하더라도, 김 대법원장이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임 부장판사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고 했던 걸로 읽힌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을 비판하며 ‘재판의 독립성’을 강조하던 김 대법원장이 ‘여당 동향’을 살피는 듯한 발언을 해 깜짝 놀랐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 명백하다”고 못 박았다.

그럼에도 김 대법원장 징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대법원장 징계’에 필요한 법 조항이 없는 탓이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검찰총장 징계 청구권자로 ‘법무부 장관’을 명시한 검사징계법과는 달리, 법관징계법에는 대법원장 징계 청구권자가 규정돼 있지 않다”면서 “대법원장 징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법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탄핵도 쉽지 않다. 법관 탄핵은 ‘헌법ㆍ법률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 발언이 정치적 중립성엔 반하지만, 헌법ㆍ법률의 중대한 위반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여당이 절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 상황을 볼 때, 탄핵소추안이 발의된다 해도 가결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형사처벌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만한 상황도 아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건강상 이유로 낸 사표 수리를 거부한 건 부적절해 보이지만,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사유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허위공문서 작성ㆍ행사 혐의 역시 ‘국회를 속이려는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김 대법원장이 “9개월 전 불분명한 기억에 의한 답변이었다”는 해명을 고수하면 죄를 묻기는 쉽지 않다. 결국 김 대법원장 거취는 법률적 문제보다는 ‘도의적 책임’을 얼마나 느끼는지, 본인 의사에 달려 있는 셈이다.

안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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