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립자인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내놓겠다"고 8일 밝혔다. 현재 지분가치로만 봐도 5조원 넘는 거액인데다, 국내 대기업 총수 가운데 거의 처음 나온 재산환원 선언이어서 재계에서도 놀랍다는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은퇴 후 거액의 기부로 자선의 삶을 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부 결심 더는 늦추면 안 돼"
카카오에 따르면, 김 의장은 이날 처음 선보인 직원 소통채널 '카카오 공동체 타임스'에 이런 내용의 첫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지난해)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늦추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다짐이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의장은 지난해 3월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조금 더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제해결 방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2017년 인터뷰에서는 "제 노력보다 훨씬 많은 부를 얻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덤인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 이후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재산 기부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는 게 카카오 안팎의 해석이다.
평소 적극 기부 행보… 기부액 최소 5조 추산
김 의장은 진작부터 기부에 적극적인 기업인으로 유명했다. 연말연시 등에 기업 명의로 이뤄지는 통상의 기업 기부와 달리, 그는 본인 보유 주식을 활용해 수시로 기부해 왔다.
주식 기부는 2016년 7월 사회적 기업가를 발굴해 지원하는 아쇼카 한국재단에 주식 1만주를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이어졌다. 지난해엔 연초 코로나19 피해자에게 1만1,000주를 기부했고, 여름엔 집중호우 이재민을 돕는다며 10억원치의 카카오 주식을 내놓았다. 이어지는 주식 기부 탓에 김 의장의 카카오 지분율(현재 13.74%)은 갈수록 줄고 있다. 김 의장은 그간 기부 외 차익실현 등 목적으로 주식을 판 적은 없다.
현재 김 의장의 재산은 10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김 의장이 보유 중인 카카오 지분(1,250만주) 가치(5조7,000억원)에 그가 개인회사(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갖고 있는 카카오 지분 가치(11%)를 합친 규모다. 절반 이상을 기부한다고 했으니, 현재 시점의 기부액만 5조원에 달하며 향후 카카오의 성장 정도에 따라 기부금은 훨씬 커질 수도 있다.
"사용처는 아직 미정"
다만 기부금 사용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 의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고민 단계"라며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다"는 청사진만 제시한 상황이다.
빌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스스로 세운 재단을 통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 의장도 2018년 사회공헌 활동을 전담하는 비영리 단체(카카오 임팩트)를 설립한 바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여러 재단이나 카카오임팩트 투자를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실험을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의장이 두 자녀에게 각각 6만주씩 증여해 '승계 논란'이 일었지만, 이번 거액 기부 약속으로 이런 논란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의장이 자식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평소 가족들에게 기부 소신도 밝혀 왔다"며 "최근 친인척에 대한 주식 증여는 이번 기부 선언의 사전 정리 차원으로 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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