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는 노화로 생기는 걸까? 평생 관절을 썼으니 관절염에 걸리는 게 당연한 걸까?
보통 노인들은 나이가 들면 으레 아프고 불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질병에 대한 치료나 예방에 소극적일 때가 많습니다. 더욱이 검증되지 않은 온갖 의학 정보들을 믿고 따라하다 오히려 신체 기능이 떨어져 건강을 위협받는 순간도 적지 않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는 몇 가지 주제에 대한 건강 팁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건망증일까, 치매일까?
드라마를 보다 갑자기 연예인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거나 어제 먹은 저녁 메뉴가 생각나지 않으면, 혹시 치매의 전조증상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우가 종종 나타나는데 단순 건망증일까요, 아니면 치매의 전조증상일까요?
치매는 후천적으로 기억력, 언어기능, 시공간능력, 집중력, 수행능력 등의 인지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반면에 건망증은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 현상으로, 초기 치매환자들이 보이는 기억력장애와는 구별됩니다. 즉, 건망증은 사건이나 경험의 내용 중 일부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고, 치매환자는 그러한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봤던 드라마 속 연예인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어제 먹은 저녁 메뉴가 떠오르지 않는 것은 그저 건망증의 증상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건망증이 심해진다고 해서 나중에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니, 조금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건망증은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거나 깜빡깜빡 잊어도 시간이 지나거나 힌트를 주면 다시 기억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치매는 증상이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기억력 및 다른 인지기능의 저하 증상이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됩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아직까지 치매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제나 예방하는 특효약은 없습니다. 따라서 증상이 악화되기 전 조기 진단과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을 경감하고 진행을 지연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치매와 건망증을 잘 구분해 증상을 살피고, 특히 혈관성치매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라면 걱정만 하고 있기보다는 진료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관절이 안 좋은데 움직이면 더 악화될까?
아프다고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으면 몸의 모든 기능이 감퇴합니다. 침대에 누워만 있다 보면 골다공증, 근감소증 등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근력과 심폐기능이 떨어져 나중에는 걸어 다니거나 앉아 있는 일조차 힘들어지게 됩니다.
골다공증은 뼈의 강도가 약해져 골절에 취약해지는 질환입니다. 65세 이상 여성의 절반, 노인남성의 약 20%가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을 경험하며, 주로 손목, 대퇴부 고관절과 척추에서 흔히 발생합니다. 노인성 골다공증은 노화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와 칼슘 섭취 부족, 운동부족, 국소적인 골형성인자의 장애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며, 흡연과 과도한 음주, 다량의 카페인 섭취도 위험요소로 작용합니다.
근감소증은 노화에 따라 골격근육이 감소하는 질환으로, 주로 팔다리의 근육이 감소합니다. 근육이 감소하면 근력이 저하되면서 신체기능을 유지하지 못해 다양한 신체적 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근육량이 줄어 체지방량이 증가하면 인슐린 저항성을 초래해 대사증후군과 당뇨병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근감소증을 예방하려면 적절한 영양섭취와 근력운동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육과 관절, 뼈의 건강은 활기찬 노년생활을 위해 중요합니다. 건강한 뼈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젊었을 때부터 뼈 건강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나, 잘 관리하지 못해 이미 골다공증이나 근감소증이 발생했더라도 추가적인 뼈 손실을 줄이고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깅, 계단오르기, 걷기 등 적절한 체중부하 운동과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을 꾸준히 키워야 합니다.
또한 충분한 칼슘(800~1000㎎) 및 비타민D(800~1,000IU), 단백질(0.8~1.6㎏/㎏)과 필수아미노산을 섭취하고, 금연과 금주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노년 건강 위협하는 낙상?
걷다 넘어지는 것은 노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이 노인보다 더 많이 넘어집니다. 하지만 노인의 낙상은 척추 및 고관절 골절이나 뇌손상과 같은 심각한 신체 손상을 입힐 뿐 아니라, 그 후유증이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낙상에 대한 위험요인은 노인이 가진 내부요인과 환경적인 외부요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내부요인으로는 파킨슨병,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의 신체질환과 이들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약, 노화로 인한 근력저하, 균형감각 이상, 시력·청력 등의 감각기능 이상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요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인이 되는 질환의 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 부적절하게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고, 적절한 운동을 통해 근력 및 균형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부요인으로는 가파른 계단과 어두운 조명, 높은 문턱, 미끄러운 바닥 등이 낙상을 유발합니다. 특히, 겨울철 빙판길로 인한 노인 낙상사고가 증가하는 만큼, 겨울철 외부활동 시에는 미끄러운 빙판길은 피해 돌아가고 손은 반드시 주머니에서 빼고 걸어야 합니다. 집안에서도 미끄러지거나 걸려 넘어지기 쉬운 깔개나 전선 등은 치우고, 물기가 있는 욕실 및 싱크대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 등을 깔아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이라면 낙상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벨을 설치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집밖으로 나가지 마라?
갈수록 이상기온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무더위와 강추위가 매년 신기록을 달성하고, 주로 초봄 찾아오던 미세먼지는 이제 사계절 내내 이어지며 외출을 힘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계절의 변화에 노인들이 잘 적응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겨울철에는 급성심근경색이나 뇌경색과 같은 심뇌혈관질환 발생위험이 높아집니다. 특히 추위가 매서운 날에는 급격한 기온변화로 인해 혈관이 수축할 수 있으므로 이른 새벽에는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외부에 노출되는 부위를 줄일 수 있도록 모자와 목도리, 마스크, 장갑 등을 챙기고, 눈으로 인해 거리가 미끄러울 수 있으니 그늘진 곳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사흘 춥고 나흘 동안 미세먼지에 시달린다는 ‘삼한사미’가 잦아지면서 겨울에도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는 날이 많습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에 의한 공기오염으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330만 명이 조기사망하며, 2050년이 되면 미세먼지에 의한 조기사망자가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미세먼지 입자에는 금속, 질산염, 황산염 등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물질들은 호흡기 질환 뿐 아니라 뇌졸중 및 심장질환 등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은 가급적 외부활동을 줄이고 실내에서 생활하는 것이 좋으며, 환기를 자주 해주지 않으면 실내 공기도 매우 나빠질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환기를 해줘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2017년 노인인구가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수명은 더 연장되고 출생률이 감소하면서 노인인구의 증가는 지속될 것입니다. ‘나이 탓’이라 여기며 건강을 놓치기 쉬운 노인성질병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일상생활 속 위험들을 최소화해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생활을 이어갈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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