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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재활용률 88% 달성 은평구, 비결은 '재활용품 정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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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재활용률 88% 달성 은평구, 비결은 '재활용품 정거장'

입력
2021.02.10 16: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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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금요일 단독주택·빌라 돌며 수거
호응 좋자 다른 자치구도 벤치마킹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신흥어린이공원에 설치된 '재활용품 분리수거 정거장'에서 구민들이 재활용품을 구분해 배출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신흥어린이공원에 설치된 '재활용품 분리수거 정거장'에서 구민들이 재활용품을 구분해 배출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플라스틱 빨대를 재활용하려면 여러 개를 묶어서 갖고 와야 해요. 재활용품 선별기계에 끼여 재활용품 분류 작업을 방해할 수 있거든요.”

지난 5일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위치한 신흥어린이공원. 추운 날씨에도 신사동 주민들은 이곳에 임시로 설치된 ‘재활용품 분리수거 정거장’에 재활용품을 갖고 나왔다. 캔은 물론, 투명 페트병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세척까지 끝낸 터라 분리수거 정거장에선 코를 찌르는 쓰레기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이곳 주민이자 분리수거를 돕는 ‘자원관리사’ 조강이(39)씨는 “재활용품을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으로 보기 때문에 주민들 모두가 동참하는 분위기”라며 “아이와 함께 나와 분리수거 중요성을 알려주는 부모들도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재활용 가능 여부를 모를 경우 조씨에게 물어보며 분리수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날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재활용품 정거장을 책임진 조씨는 분리수거도 돕고, 질문에도 답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플라스틱 OTHER’ 표시가 있는 화장품 용기나 즉석밥 용기는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해요. 여러 재질이 섞여 있어 재생 원료의 품질을 떨어뜨립니다. 열에 반응하는 특수 종이인 감열지로 만든 영수증도 같인 이유로 일반 쓰레기로 버려야 하고요.”


2019년 10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재활용품 분리수거 정거장 설치사업(그린모아모아)을 시작한 서울 은평구는 주민들 호응이 이어지자 지난해 7월 관내 16개 모든 동(洞)으로 확대했다. 현재는 신흥어린이공원을 포함해 150곳에서 목ㆍ금요일마다 오후 4~8시까지 ‘재활용품 분리수거 정거장’이 생긴다. 단독주택ㆍ빌라 등 저층 주거지의 자원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한 주 동안 수거되는 재활용품이 10톤에 달한다. 아파트와 달리 저층 주거지는 분리수거장이 따로 없어 재활용품 선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다른 이물질과 섞여 30%만 재활용되는 등 자원낭비 문제도 심각했다.

그러나 '그린모아모아'를 통해 깨끗하게 세척한 재활용품을 분리수거 하면서 은평구 재활용률은 88%까지 높아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자, 국내 평균 재활용률(62.8%ㆍ2019년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정규환 은평구 자원순환과장은 “깨끗한 재활용품은 90% 이상 곧바로 매각할 수 있어 지난해엔 재활용품 선별비로만 4,200만원을 절약했다”고 말했다. 은평구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자 서울의 다른 자치구들도 벤치마킹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은평구는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포인트를 모아 지역상품권으로 바꿀 수 있는 서비스도 계획 중이다. 현재는 '그린모아모아'에 참여한 구민들에게 1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나눠준다. 이와 함께 재활용품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투명 페트병으로 의류를 만드는 일도 추진하고 있다. 투명 페트병에서 원사를 뽑아 옷을 제작하는 자원순환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으로, 투명 페트병 분쇄ㆍ세척 업체 및 섬유회사와 실무진 차원의 협의도 마친 상태다. 은평구는 투명 페트병 수거하고 업체에 공급하게 된다. 정 과장은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 회사와 이달 중 업무협약(MOU)을 맺을 계획”이라며 “구민들이 분리수거한 투명 페트병이 옷으로 되살아난다는 건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분리수거 정거장에서 만난 이들은 제품 용기를 제작하는 기업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조씨는 “콜라나 막걸리 병은 라벨이 잘 분리되지 않아 수거할 때마다 애를 먹는다”며 “환경을 위한다면 용기를 제작할 때부터 라벨이나 스티커가 잘 분리되도록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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