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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가져도, 공직에 나가도 고민” 美 대통령의 골칫거리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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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가져도, 공직에 나가도 고민” 美 대통령의 골칫거리는 '가족'

입력
2021.02.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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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차남·남동생·사위 이해충돌로 논란
트럼프, 딸·사위 백악관 참모로 기용하기도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식을 마친 뒤 워싱턴 링컨기념관을 찾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동상 앞에서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취임식을 마친 뒤 워싱턴 링컨기념관을 찾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동상 앞에서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우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백악관과 행정부를) 운영할 것입니다. 우리 가족, 그리고 친족 누구도 어떤 정부 일이나 외교정책에 관여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달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 잡지 피플 인터뷰에서 가족과 행정부의 이해관계 충돌 해결 원칙을 이렇게 제시했다. 가족들이 하는 사업과 그가 이끄는 연방정부 업무 사이에 벽을 두겠다던 대선 기간 다짐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대선 기간 정치 공방 대상이 됐던 차남 헌터 바이든 중국 스캔들, 취임 직후 논란이 일었던 막내 남동생 프랭크 바이든의 로펌 근무, 그리고 사위 하워드 크레인의 건강 관련 기업 ‘스타트업 헬스’ 이슈까지 가족 문제가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백악관 공식 참모에 임명해 대통령 가족과 공직의 벽을 무너뜨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족들의 공직 진출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통령 가족의 직업과 윤리 기준, 사적 이익과 공직의 충돌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른 셈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가족을 둘러싼 정치 논란에는 어떤 게 있었을까.

2013년 12월 당시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차남 헌터 바이든(왼쪽)과 함께 베이징의 후통 거리를 방문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2013년 12월 당시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차남 헌터 바이든(왼쪽)과 함께 베이징의 후통 거리를 방문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바이든 차남ㆍ남동생 이해관계 충돌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 가까운 가족 3명이 골칫거리다. 차남 헌터는 대선 이전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렸다. 바이든 부통령 재임 당시 헌터가 중국 관련 투자회사를 차린 것과 관련해 동업자가 아버지 후광 덕에 투자를 받았다는 주장을 대선 기간에 내놨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공격 고리로 물고 늘어졌다. “헌터는 어디에 있느냐”가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연설 단골 메뉴였을 정도다.

어머니를 교통사고로 잃고 형은 2015년 뇌종양으로 숨진 안타까운 인생사도 있지만, 알코올과 약물 중독, 결혼 생활 도중 형수와 동거한 개인사 등은 논란이었다. 연방 검찰의 탈세 혐의 수사도 받고 있다. 오는 4월 회고록 ‘아름다운 것들’을 출간할 예정이어서 그 이후 행보가 더 관심을 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남동생 프랭크는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됐다. 플로리다주(州) 로펌에서 고문 자격으로 근무하는 그는 대선 직후 인터뷰에서 “(형과 나는) 언제나 가까웠다. 지금은 더 가깝다”고 말한 게 논란이었다. 로펌 측은 지역 신문에 바이든 대통령 동생 근무 사실을 광고로 알렸다. 대통령 동생 후광을 로펌 사익에 활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 바이든(맨 왼쪽)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18일 아내 질 바이든(맨 오른쪽) 여사, 딸 애쉴리 바이든(오른쪽 두 번째), 사위 하워드 크레인과 함께 델라웨어주 윌밍턴 세인트 조셉 브랜디와인 가톨릭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문을 나서고 있다. 윌밍턴=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맨 왼쪽) 미국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해 12월 18일 아내 질 바이든(맨 오른쪽) 여사, 딸 애쉴리 바이든(오른쪽 두 번째), 사위 하워드 크레인과 함께 델라웨어주 윌밍턴 세인트 조셉 브랜디와인 가톨릭 성당에서 미사를 마친 뒤 문을 나서고 있다. 윌밍턴=AFP 연합뉴스


바이든 사위 건강기업 투자 논란

미 ABC방송은 차남 헌터보다 사위 크레인이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바이든 대통령 딸 애쉴리와 결혼한 크레인은 수백 개의 건강 관련 기업에 투자한 스타트업 헬스 공동 설립자다. 스타트업 헬스가 지원한 기업들은 정부 계약 수주를 노리고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새 정부 국정 1순위로 세운 바이든 대통령과 이해관계가 겹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 사위가 투자한 업체가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계약을 따낼 경우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일 때 크레인을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등 후원을 아끼지 않았고, 크레인도 2015년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뒷배라는 식의 발언을 한 적도 있다. 백악관은 이런 논란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그 자신과 행정부,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최고 수준의 윤리 기준을 세웠고, 유지하고 있다”며 “이와 반대되는 어떤 암시도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며, 팩트에 근거하지 않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에게 임기 초부터 가족 스캔들 경계령이 내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선임고문인 딸 이방카 트럼프(가운데)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오른쪽)가 2018년 3월 백악관 내각회의에 참석해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선임고문인 딸 이방카 트럼프(가운데)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오른쪽)가 2018년 3월 백악관 내각회의에 참석해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딸ㆍ사위 백악관 참모 임명한 트럼프

물론 바이든 대통령 가족 이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초에 비하면 문제도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전 사위 쿠슈너를 지근거리 참모 자리인 백악관 선임고문에 앉혀 4년 임기를 함께 했다. 특히 유태계인 쿠슈너 선임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정책을 좌우했다.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인정, 이스라엘과 수니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의 관계정상화를 이끌게 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장녀 이방카도 선임고문으로 각종 백악관 회의와 정상회담에 배석시켰다. 아버지를 대신해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적도 있다. ‘공직자는 자신이 관장하는 기관에 친척을 지명, 고용, 승진시키지 않는다’는 ‘반족벌주의법(federal anti-nepotism statue)’이 미국에 있지만 백악관의 경우 예외로 하고 있어 이방카 부부가 백악관에 근무할 수 있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도 정계 진출을 고민하고 있고, 둘째 며느리 라라 트럼프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노스캐롤라이나주 연방 상원의원 도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방카도 플로리다 주지사나 부통령 출마설이 돌았다. 여기에 자녀들의 회사가 정부 업무를 수주하며 이익을 낸 일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과 사위가 구설수에 오르기는 했지만 향후 4년 백악관은 물론 행정부 공직을 넘보지 못하는 것과 대조된다.

빌 클린턴(왼쪽 세 번째)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왼쪽 네 번째) 전 국무장관이 지난달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버락 오바마(맨 왼쪽) 전 대통령 부부와 나란히 앉아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빌 클린턴(왼쪽 세 번째) 전 미국 대통령과 부인 힐러리 클린턴(왼쪽 네 번째) 전 국무장관이 지난달 20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 마련된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버락 오바마(맨 왼쪽) 전 대통령 부부와 나란히 앉아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힐러리 클린턴 백악관 직책 정치 공방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부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1993년 백악관 직속 건강보험개혁 태스크포스를 맡기면서 논란이 됐다. 힐러리 개인의 역량은 뛰어났지만 대통령 부인이 백악관 공직을 맡는 데 대한 거부감이 일었다. 힐러리는 남편 퇴임 이후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을 거쳐 미국의 첫 여성 대통령을 노렸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의 후광 속에 텍사스 주지사를 거쳐 백악관에 입성했다. 동생 제프 부시는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낸 뒤 공화당 대선 후보에 도전했지만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넘어서지 못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두 딸이 어려 가족들의 정치와 윤리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 부인 미셸 오바마가 한때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정치적 인기를 끌었지만 8년 재임 기간에는 가족 관련 정치 공방이 거의 없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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