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말 많아" 발언 파문에 결국 불명예 퇴진
가와부치 전 축구협회장, 후임자 지명 수락 철회
조직위 내부서 "여성이 새 위원장 돼야" 주장도
여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모리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도쿄올림픽ㆍ패럴림픽 조직위원장이 12일(현지시간) 공식 사퇴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모리 위원장은 이날 조직위 이사ㆍ평의원 합동 긴급회의에서 “오늘 위원장직을 사임하고자 한다”며 “부적절한 발언으로 큰 혼란을 일으키고 위원회 등 많은 사람에게 큰 폐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모리 위원장은 앞서 지난 3일 열린 일본올림픽위원회(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말이 많아) 시간이 걸린다”고 말해 도마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다음날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지만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역효과를 자초했다.
비난 여론은 더 커졌다. 올림픽 자원봉사자 390명과 도쿄도가 자체적으로 모집한 자원봉사자 97명이 그만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후원하는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10일 사장 명의로 비난 성명을 냈다. IOC도 “완전히 부적절하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사태 초기만 해도 사퇴를 거부했던 모리 위원장은 국내외에서 사퇴 압박이 커지자 결국 버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문제 발언이 나온 지 9일 만이다.
하지만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모리 위원장이 사퇴 전 자신의 후임자를 사실상 지명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밀실인사’ 논란까지 일었다. 이날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모리 위원장은 최근 가와부치 사부로(川淵三郞) 전 일본축구협회 회장을 만나 조직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했고, 가와부치 전 회장은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위원장 선임ㆍ해임 권한을 가진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후임자 지명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결국 가와부치 전 회장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가와부치 전 회장이 조직위원장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민영방송 후지뉴스네트워크도 “정부가 가와부치 지명을 막으려 한다”며 “여성을 위원장으로 선임하거나 세대교체를 하지 않으면 상황이 달라졌다는 인상을 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직위는 새 조직위원장 선임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도쿄올림픽 관계자를 인용해 “모리 위원장이 초래한 논란은 도쿄올림픽의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많은 관리들이 후임 위원장으로 여성을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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