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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마존’ 쿠팡, 뉴욕증시 상장 공식화… 몸값 55조원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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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마존’ 쿠팡, 뉴욕증시 상장 공식화… 몸값 55조원 전망도

입력
2021.02.1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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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나스닥 상장 발표 후 10년만
코로나로 작년 매출 2019년 대비 91% 뛰어
적자 개선, 유통기업 추격 방어 과제

쿠팡 서울 잠실 본사 모습. 연합뉴스

쿠팡 서울 잠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국내 온라인쇼핑몰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공식화했다. 회사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2011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지 10년만이다. 몸값이 많게는 55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란 기대까지 나오면서 국내외 시장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르면 다음달 뉴욕증시 공식 데뷔

12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공식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쿠팡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팡 역시 이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뉴욕증시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주식 수량과 공모가격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쿠팡은 클래스A 보통주를 종목 코드 ‘CPNG’로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WSJ는 빠르면 3월 상장이 완료되고 이후 500억달러(약 55조4,000억원)를 넘는 평가가치(밸류에이션)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쿠팡을 비롯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 기업 중 최소 6곳이 올해 IPO를 준비하고 있다”며 기업가치 평가액이 300억달러(약 33조2,000억원) 가량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알리바바의 경우 2014년 IPO 당시 기업가치가 1,680억달러(약 186조원)로 평가됐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소식에 외신들은 회사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WSJ는 쿠팡이 미국 우편서비스를 이용하는 아마존과 달리 자체 배송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어 자정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까지 새벽 배송이 완료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한국의 아마존이 IPO를 신청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마존이 미국에서 이견 없는 승자라면 한국에서는 소프트뱅크 후원을 받은 이 회사가 우승자”라며 “한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쿠팡은 한국인 절반이상이 다운로드한 애플리케이션(앱)”이라고 소개했다. 야후 파이낸스는 “아마존이 (음식배달업체) 도어대시, (식료품 배송업체) 인스타카트를 만난 격”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와 CNBC방송 등은 김 의장이 하버드대 출신이라는 점도 조명했다. CNBC는 “하버드 졸업생인 41세의 김 의장이 설립한 쿠팡은 24시간 내에 배달하는 ‘로켓배송’을 선보이며 신세계, 롯데 등 한국 총수일가 소유 리테일 대기업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전했다.

쿠팡 김범석 대표. 쿠팡 제공

쿠팡 김범석 대표. 쿠팡 제공


코로나19 따른 매출 성장

2011년 김 의장이 창립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스닥에 직접 상장할 것”이라고 밝힌 이후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설은 끊이지 않았다. 2019년 10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를 지주사인 쿠팡LLC 이사회 멤버로 영입한 것을 비롯, 최근 몇 년간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회계책임자(CAO) 등 임원진에 외국인을 기용할 때마다 미 증시 상장 관측이 꾸준히 거론됐다.

그러나 현 시점에 상장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19년의 두 배 가까운 매출 성장을 이뤄내면서 지금이 상장 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쿠팡은 지난해 유일하게 전국단위 익일 배송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추면서 온라인 쇼핑몰 가운데 코로나19 최대 수혜자로 꼽혔다.

이날 쿠팡이 미 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를 보면, 회사의 지난해 총 매출은 119억7,000만달러(약 13조3,000억원) 수준이다. 2019년(7조1,000억원)보다 91%나 뛰었다. 반면 순손실은 4억7,490만달러(약 5,257억원)로 전년(6억9,880만달러)보다 크게 줄었다. 누적 적자는 여전히 수조원대에 이르지만 2018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여가고 있다는 평가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미국 IPO 시장 투자 열기가 가라앉고 있지 않다는 점과 투자 확대를 위한 실탄(자금) 마련이 필요한 점 역시 상장 추진의 배경으로 꼽힌다. 비대면 열풍으로 덩치는 급격히 커져가지만 2018년 이후 대규모 투자유치가 없어 투자금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서울 쿠팡 서초1캠프에 운송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4일 서울 쿠팡 서초1캠프에 운송차량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실탄 마련 뒤 사업확대 전망

업계에서는 쿠팡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뒤 사업모델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은 풀필먼트 확대다. 풀필먼트는 판매 상품 적재부터 주문에 맞춰 포장, 출하,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일괄 처리ㆍ관리해주는 모델이다. 국내 30개 도시에 15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보유한 쿠팡의 강점을 더욱 살릴 수 있다. 아마존도 입점 판매자의 판매 상품 적재부터 주문, 출하, 배송, 재고관리까지 모두 대행해주는 풀필먼트센터(FBA)를 운영해 수익을 얻고 있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쿠팡의) 본격적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수료 이익 증가와 물동량 증가에 따른 택배 단가 하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증시 상장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일단 오랜 ‘적자의 늪’에 빠진 쿠팡이 언제쯤 흑자로 전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여기에 기존 유통기업들의 추격도 거세다. 지난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과 만나 온라인 쇼핑분야에서 향후 사업 협력을 논의했는데, 이는 쿠팡에 맞서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취지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오프라인 시장 강자인 신세계가 네이버의 온라인 채널을 이용해 판로를 넓힐 경우 쿠팡에겐 적지 않은 악재가 될 전망이다.

한편 쿠팡이 상장에 성공할 경우 쿠팡LLC의 대주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쿠팡 지분 38%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는 지난해 3분기 투자금 회수를 발표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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