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는 '데드크로스'를 지나 사상 첫 인구 자연감소를 시작했다. 3,000만원의 출산장려금부터 1억원의 대출금 탕감까지 파격적 출산장려책이 등장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없는 단순 출산장려책은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중구는 서울 복판에 있는 자치구다. 인구 고민과는 거리가 멀 듯하지만, 20년째 서울시 인구 최하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아이 키우는 데 필요한 인프라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자치구 인구의 하한선인 10만명 밑으로 떨어지는 데 5년도 걸리지 않을 거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다. 구의 존폐가 달린 위기 앞에서 중구는 문제를 정면돌파 해 풀고 있다. 한시적 인구를 늘리기 위한 1차원적인 정책을 넘어, '아이 키우기 좋은 중구'를 만드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첫 시작은 '초등돌봄의 구 직영화'였다. 85%에 달하는 우리나라 영유아 공적돌봄 이용률은 초등학교로 진학하는 순간 14.5%로 급감한다. 수요자 필요를 채우지 못하는 반쪽짜리인 탓이다. 중구는 기존 돌봄의 틀을 뒤집어 새롭게 재편했다. 돌봄 종료시간을 오후 5시에서 8시로 대폭 연장하고 1교실 2교사제를 도입했다. 외부강사를 초빙해 코딩부터 요가, 우쿨렐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양질의 급·간식까지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공간은 학교가 제공하고, 돌봄은 지자체가 맡는' 협업모델도 도출했다. 행복한 교사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는 신념하에 돌봄교사의 고용안정성 확보, 업무 경감 등의 노력도 함께 가져갔다.
반응은 뜨겁다. 학부모 만족도 99%에 힘입어 2년여 만에 학교 안팎으로 1,000여명을 수용할 만큼 확장됐다. 가장 큰 성과는 중구를 떠났던 젊은 층이 되돌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1호 돌봄교실이 설치된 흥인초는 지난해 신입생만 20여명이 늘었다. 호응이 좋다 보니 벤치마킹한 지자체만 30곳이 넘는다.
최근 정부에서 중구 돌봄교실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돌봄시간 연장, 시설·운영비 지원을 골자로 한 '지자체·학교 협력돌봄' 기본계획이다. 지혜롭게 풀어가야 할 영역도 남아있다. 보다 충분한 예산지원과 민간위탁 방지, 돌봄교사 근무 여건에 관한 협의 등이다. 그러나 행복한 돌봄을 위해 중구 벤치마킹의 문을 두드렸던 수많은 지자체엔 그 꿈을 현실화할 큰 발판이 마련되었음은 틀림없다.
준비된 지자체의 적극적 동참과 정부의 현명한 정책 추진이 함께 만난다면 전국 어디서나 중구형 돌봄교실은 실현될 수 있다. 그때 오늘 우리가 마주한 인구 데드크로스는 출생곡선이 사망곡선을 힘차게 뚫고 오르는 골든크로스로 변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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