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권자 인구지형 분석
부동산 가격에 따른 서울시민의 인구 분포 변화가 서울시장 보궐 선거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15일 한국일보가 5회 지방 선거가 실시된 2010년부터 10년간 서울 유권자 인구 지형을 분석한 결과, 30·40대 유권자는 크게 감소했고, 60대 이상 유권자는 크게 늘었다. 연도별 출산율 변동, 기대수명 증가로 인한 자연 증감과 별개로, 부동산 가격의 상승에 따른 3040세대의 '탈서울화'가 진행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와 탄핵, 촛불집회를 두루 경험한 3040세대는 통상 진보로, 60대 이상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이 반길 소식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이슈로 지난해 21대 총선에선 '세대 변수'의 위력이 꺾였으나, 이번엔 다를 가능성이 상당하다.
3040세대 61만명 감소·60대 이상 77만명 증가
한국일보가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통계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서울시 유권자 중 3040세대는 61만6,000여 명 감소한 반면 60대 이상은 77만4,000여 명이 증가했다. 3040세대의 감소세는 25개 구 전역에서 확인됐다. 특히 노원구(-6만3,693명), 양천구(-4만33명), 성북구(-3만7,487명), 도봉구(-3만4,962명), 관악구(-3만4,314명)에서 도드라졌다. 서초구의 40대 유권자만 10년 전보다 3,726명 증가했다.
60대 이상 유권자 인구는 25개 구에서 모두 늘었다. 송파구(5만8,169명), 강서구(5만6,047명), 강동구(4만4,617명), 은평구(4만4,290명), 노원구(4만2,630명) 순으로 많이 늘었다.
부동산 급등 시기 40대 인구 감소 '가속'
부동산 가격 급상승은 3040세대가 서울을 빠져나간 주요 원인이다. 통상 40대는 내 집 마련 꿈을 실현하는 시기로 꼽혔지만, 치솟은 집값과 전셋값을 감당할 자산 능력이 없는 3040세대는 경기·인천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60대 이상에 비해 자산 축적 정도가 낮은 40대가 유독 서울 부동산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서울의 평균 주택 매매 가격이 소폭 하락하는 국면이었던 안정기(2011~2014년)에선 40대의 서울 감소폭이 적었다. 전년 대비 인구 감소폭은 2011년 -4,900여 명, 2012년 -8,800여 명, 2013년엔 3,000여 명 증가했다. 그러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한 2015년 -2만7,00여 명을 기록했고, 한국부동산원 통계상 1년 새 1억원 이상 급등한 2018년엔 전년 대비 감소폭이 -5만7,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경제학자이자 인구전문가인 전영수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양극화로 인해 서울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ㆍ고물가) 때문에 3040 인구와 중산층 이하 계층이 서울을 떠나 수도권으로 가는 현상이 조금 더 가속화됐다”고 진단했다.
인구 변화는 전체 유권자 중 세대별 유권자 비율도 바꿨다. 서울 전체 유권자 대비 3040 유권자의 비율은 2010년 35.1%에서 2020년 31.2% 줄었고, 60대 이상 유권자의 비율은 14.1%에서 23.3%로 크게 늘었다.
3040 감소ㆍ60대 이상 증가, 진보에 대체로 불리
서울 고령화 추세는 여당에 희소식은 아니다. 유신 세대(1952~1959년 출생) 이상이 편입된 60대 이상의 유권자에 비해 △IMF 세대(1970~1978년 출생) △2002월드컵 세대(1979~1987년 출생) △촛불 세대(1988~1993년 출생)로 구성된 3040세대가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을 띤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3040세대가 현재 여권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하므로, 여당 입장에선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전영수 교수도 "청년과 현역 인구(3040세대)가 많았던 구(區)에선 그 인구가 대폭 빠지는 반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입하는 구에서는 고령화가 심해진다"며 "전반적으로 보수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관측했다.
3040세대의 감소세, 60대 이상의 증가세가 큰 서울 지역구들의 특징은 최근 세 차례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야 간 박빙 승부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 당시 노원구(을)와 강서구(을), 도봉구(을)에서 오세훈 후보와 한명숙 후보의 득표 차이는 1%포인트 이하였다. 양천구(갑)와 강동구(갑)에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았던 2018년 선거 때 박원순 후보가 얻은 표와 김문수ㆍ안철수 후보가 얻은 표의 격차가 5%포인트 내였다.
지난 총선서 묻힌 고령화ㆍ부동산 이슈, 이번엔?
지난해 4월 총선에선 서울 인구 고령화와 부동산 가격 폭등 이슈가 큰 변수가 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했다. 하지만 초유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에 모든 이슈가 잠식된 지난해 총선과 이번 보선은 다른 양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부동산 문제에 예민한 서울 유권자가 크게 증가한 것 자체가 표심의 향배를 가를 수 있다.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 여론조사(이달 4~6일 실시)에 따르면, 서울시민들이 꼽은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부동산 및 주거 정책'(49.7%)이었다. ytn-t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7~8일 실시)에서도 응답자의 40.0%가 차기 서울시장이 중점을 둬야 할 현안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을 꼽았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서울이 전국 평균에 비해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에 부정적인 건 그만큼 부동산 이슈에 더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다만 부동산 문제에 민감하다고 해서 특정 정당이 유불리하다는 분석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부동산 문제에 따른 평등, 불평등의 문제는 여당에 호재는 아니다"라면서 "다만 '불평등을 옹호해 온 보수 국민의힘'이라는 인식 역시 존재하는 만큼, 유권자들이 순순히 야당을 선택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