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이 콜센터의 파업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공단은 콜센터를 유지하는 시설과 장비를 소유하고 있지만 운영은 민간기업에 맡기고 있다. 콜센터 상담사들은 건강보험 자격 득실 및 재난기금·대출·카드발급·국가 장학금 등을 위한 납부 확인에 이르는 공단의 중요한 대민 서비스를 대행하지만 민간업체의 직원이고, 회사가 바뀌면 바뀐 회사의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전형적인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 의하면 민간위탁인 콜센터는 정규직 전환을 심도깊게 논의해야 할 대상이다. 콜센터가 노무도급 형태의 용역과 흡사하며 무엇보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슷한 공공기관인 근로복지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은 물론, 고용노동부와 정부민원 110, 그리고 지자체인 경기도가 콜센터를 별도 직군의 무기계약직(공무직)으로 전환하였다. 서울시는 민간위탁 콜센터를 폐지하고 출연·출자기관인 120다산콜재단을 설립하였다. 이들 기관은 공공부문 콜센터가 민원을 세심하게 듣고, 개인 정보를 소중하게 다뤄야 하며 기관의 정보도 원활하게 접근해야 하므로 민간위탁에서 직접 운영으로 전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건강보험공단도 콜센터의 직접 운영을 진지하게 검토했어야 했다. 공공기관 중 민간위탁 콜센터 규모가 가장 크기도 하지만 고령화 및 코로나19로 장기요양 및 보장성 보험이 늘어 콜센터의 업무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단은 2019년 딱 한 번 회의를 한 후 지금까지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 콜센터 노동자가 보름 넘게 파업을 하고 있어도 정작 경영진은 뚜렷한 입장이 없다. 대신 일부 언론이 나서 '제2의 인국공 사태'라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일각에선 콜센터의 정규직 전환이 취업준비생에게 불공정하다고 주장한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콜센터를 직접 운영한다고 할지라도 취준생이 선호하는 일반직이 아닌 별도 정원의 무기계약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일반직을 준비하는 취준생이 특별히 불리할 것은 없다. 심지어 민간위탁 콜센터 노동자가 모두 업무지원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아니다. 논의를 해봐야 하나 원칙적으로 2019년 2월 27일 이전에 근무한 노동자만 전환 채용대상이며 그 이후 입사자는 경쟁채용을 거쳐야 한다. 취준생이 무기계약직 콜센터 상담원을 선호한다면 공개경쟁에 참여하면 된다. 그래서 콜센터를 직접 운영하자는 콜센터 노동자의 요구는 과도하지 않다. 오히려 경영진이 한번이라도, 진심을 다해 콜센터 노동자와 만나 정규직 전환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면 지금처럼 국민이 불편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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