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여러 맛이 있다. 희로애락(喜怒哀樂) 하나하나가 곧 삶의 맛이다. '새해 복'을 기원하고 덕담을 주고받는 신년은 희망으로 즐겁다. 세뱃돈을 받는 아이처럼 행복한 한때는 '인생의 단맛'이다. 그러나 삶에는 단맛만 있는 것이 아니라 화나거나 슬픈 일이 더 많지 않을까? 이럴 때 우리는 '인생의 쓴맛'을 논한다. 쓴맛이란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어둡고 힘들고 괴로운 감정이다. 영어에서도 인생의 쓴맛을 'the bitter taste of life'라고 한다.
그런데 가장 쓴맛인 '쓰디쓰다'보다도 오히려 조금 쓴맛을 표현한 '씁쓸하다', '씁쓰름하다', '씁쓰레하다' 정도가 더 깊고 복잡한 상황을 담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분이 나쁠 때 '씁쓸하다'로 표현하는데, ‘씁쓸한 웃음’은 경험이 없다면 풀이도 공유도 힘든 감정이다. 사람은 단맛보다는 인생의 쓴맛에 더 성장하곤 한다. 쓴맛은 약의 맛을 말하는데, 입에 쓴 약이 몸에만 좋은 것은 아닌가 보다.
맛으로 사람도 그려낸다. 짠맛은 돈이나 물건을 너무 아껴 쓰는 사람을 이른다. 짠돌이와 자린고비 중에서 무엇이 더 짤까? 한편 '짜다'는 개성이 강한 사람도 뜻한다. 개성파 짠돌이와 달리, 간혹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분위기를 어색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그때 헛웃음을 지으면서 감탄사처럼 툭 던지는 말이 '싱거운 사람'이다. 혹 누군가가 느물거리는 말과 행동으로 비위를 상하게 한다면 '느끼한 사람'이라 하는데, 기름진 그 말의 투와 표정도 제맛이다. '맛'으로 우리는 삶도 논하고 사람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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