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들 겨울 학위수여식 한창?
졸업가운 입고 사진 촬영 가능한지 궁금증 커져
대학 측·복지부 "사적 모임이라 보기 어렵다" 허용
"졸업을 기념해서 동기들과 함께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친한 동기가 딱 5명이라 잠깐 모여도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16학번 대학생 이모(24)씨는 2월 말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친구들과 함께 대학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기념하고 싶지만 방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식(학위 수여식)을 맞아 졸업 가운을 입고 꽃, 유쾌한 플래카드 등을 소품 삼아 다양한 사진을 찍는 건 대학생들의 졸업 전 '마지막 의례'다. 졸업생들은 오랫동안 함께 했던 대학을 떠나기 전 서로의 모습을 남기고 추억으로 간직한다.
이씨는 "사진을 아예 안 찍기엔 너무 서운해서 친구들과 최소 인원만 만나거나 시간·요일별로 나눠서 찍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동기들과 사진 찍기를 고민하는 이씨와 달리 8년 만에 대학 졸업을 앞둔 박모(26)씨는 졸업사진 찍기를 포기했다. 박씨는 "코로나19 상황이 아니었다면 친구들이나 지인들 불러서 졸업을 기념했겠지만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서 모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비대면 온라인 졸업식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북적이던 대학 졸업식은 올해 2월에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가의 학위수여식이 취소되거나 '비대면 졸업식'으로 대체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겨울 졸업 시즌부터 어린이집·유치원부터 초중고 대학까지 잇따라 취소되자 졸업식 풍경도 달라졌다.
자주 가던 단과대 건물 앞에 모여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고, 친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부모님 등 친지들과 졸업을 축하하던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아쉽지만 친구·가족이 모여 기념 사진을 남기는 정도였다.
더구나 올해 졸업식은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진행되다 보니 졸업생들은 학위복 입고 사진찍는 것 역시 해당 조치가 적용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복지부 "졸업생 사진찍기 사적모임이라 보기 어려워"
다행히 방역 당국은 졸업식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모이는 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학위수여식과 관련해 사진을 찍는 건 사적모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방역 당국은 모임·행사와 관련 (수도권 기준) 결혼식·장례식·기념식 등 100명 미만의 모임·행사를 허용하고 있다.
대학들도 복지부와 같은 입장이다. 고려대 총무부 관계자는 "5인 이상이 모여 교내에서 졸업사진을 찍을 때 학교가 자체적으로 해산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대신 5인 이상이 허용되는 것은 딱 사진 촬영만이다. 연세대 학생지원팀 관계자는 "사진 촬영은 5인 이상이더라도 관계없지만 식사를 비롯한 음식 섭취를 위해 5인 이상 모여 식당이나 카페에 가는 것은 안 된다"고 답했다. 캠퍼스 내 식당, 카페도 5인 이상 입장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학들 "학생들 못 모이게 하자니 마음이..."
대신 각 대학들은 학위복 배포 시 교내에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는 걸 막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연세대는 인원 분산을 위하여 예년 같으면 3일 동안 학위복을 나눠줬지만 올해는 그 기간을 8일로 늘렸다. 학위복 하루 대여 신청 인원 수를 제한한 학교도 있다. 고려대는 인문사회계는 하루 300명, 자연계는 하루 200명으로 숫자를 제한해 학위복을 배포한다.
전남대는 학위복 대여를 아예 취소했다. 전남대 학사과 관계자는 16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대면 학위수여식(졸업식)을 취소하면서 학위복 대여도 함께 취소했다"며 "학위복을 대여하면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학생들 입장에서는 아쉽겠지만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학위수여식 때면 늘 설치하던 포토존도 지난해 2월 졸업식부터 설치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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