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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추앙하는 교주를 뮤지컬로?... 혈세 낭비에 김제시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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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추앙하는 교주를 뮤지컬로?... 혈세 낭비에 김제시 발칵

입력
2021.02.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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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김제 모악산축제에서 ‘본주’ 공연이 끝난 뒤 박준배(왼쪽 다섯 번째) 시장이 딸(왼쪽 세 번째)을 비롯해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장면(사진 왼쪽)과 김제시 금산면 용화동에 있는 ‘본주’ 성지를 알리는 표지판.

2019년 4월 김제 모악산축제에서 ‘본주’ 공연이 끝난 뒤 박준배(왼쪽 다섯 번째) 시장이 딸(왼쪽 세 번째)을 비롯해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장면(사진 왼쪽)과 김제시 금산면 용화동에 있는 ‘본주’ 성지를 알리는 표지판.


2년 전 전북 김제모악산축제에서 공연됐던 창작뮤지컬 한 편 때문에 김제시가 시끄럽다. 당시 시가 기획해 무대에 올린 뮤지컬이 일제시대 때 신통력과 예언력을 지닌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 것이었는데, 이 주인공이 사실은 박준배 시장이 개인적으로 추앙한 증산교 계파의 교주였다는 게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시민단체는 "시장의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된 인물을 우상화하는 데 소중한 혈세를 썼다"며 박 시장을 업무상 배임죄로 형사고발하고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키로 했다.

17일 김제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19년 4월 5일 오후 김제모악산축제 현장인 모악산 금산사 주차장에 마련한 특별무대에 창작뮤지컬 '본주'를 올렸다. 앞서 김제시의회는 축제를 찾는 방문객 중 노인층 비율이 높아 뮤지컬 공연은 생뚱맞고 부적절하다고 지적했지만 시는 예산 1,600만원을 들여 A극단과 해당 뮤지컬 공연을 수의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박 시장 딸이 이 뮤지컬에 직접 배우로 출연해 특혜성 공연 시비를 빚기도 했다.

당시 논란 속에 뮤지컬이 무대에 올려졌지만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과 축제 방문객들 사이에선 대체로 "본주가 누구냐?"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게 시가 뮤지컬 홍보를 위해 제작·배포한 전단지엔 본주가 어떤 인물인지, 본주가 본명인지 등을 도통 알 수 없게 돼 있었다. 실제 시는 "일제 강점기에 금산사 일대에서 활동한 본주라는 인물 스토리로, 신비한 능력이 있어 예언하고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능력으로 민중들을 보살핀 일대기"라고 간략하게 작품을 소개했다.

이처럼 궁금증만 키웠던 본주라는 인물은 박 시장이 높이 받드는 증산교 분파인 모악교 교주 여처자(余處子·1887~1954)라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박 시장이 2011년 펴낸 저서 '주인의 길'을 통해서다. 박 시장은 이 책에서 '본주(本主)'를 사조부(師祖父·스승의 스승)로 칭송했다. 박 시장은 신통력과 예언 능력이 뛰어난 본주의 수양딸이자 제자인 최영단(1926-2004)을 사부(師父)라고 불렀다. 박 시장은 또 본주에 대해 "중학교 때부터 꿈에 가장 자주 나타나 계시를 주신 본주님, 내 삶의 모형과 사고 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살아가는데 꿈에서 지도를 받고 있다"며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로 묘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정신종 열린김제시민모임 공동대표는 "뮤지컬 공연에 박 시장 딸이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특혜 논란을 빚기도 했는데 '본주'가 박 시장 사조부라는 사실에 놀랐다"며 "시장의 개인적인 사상이나 종교를 비난할 수 없지만 시민 세금으로 사실상 자신이 추앙하는 교주나 다름없는 인물을 홍보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는 김제시가 뮤지컬 '본주' 공연을 A극단과 수의계약한 경위와 의도, 박 시장의 개입 여부 등에 대해 박 시장의 답변을 받아 보고 법률 검토를 거쳐 감사원 감사 청구와 형사 고발을 함께 진행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국일보는 박 시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도 "입장을 내기 곤란하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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