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두고 국내외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에 대응해야 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연구소(위안부문제연구소)의 소장 자리가 두 달 째 비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인권진흥원 산하 위안부문제연구소의 김소라 소장이 지난해 말 퇴임했다. 이후 소장 자리는 여전히 비어있다. 이번 만이 아니다. 2018년 8월 출범 직후 취임한 김창록 초대 소장은 석달 만에 '독립적 연구소 운영이 어렵다'며 사퇴했다. 그 뒤 15개월 가량 소장직이 비어 있었다. 지금도 위안부문제연구소는 '소장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돼 새로 만든 조직인데 실제 운영은 비정상적인 셈이다.
위안부문제연구소의 실제 운영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취약하다. 인권진흥원 자체가 지난해에야 매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단년 위탁사업자에서 여성가족부 산하 상설기관이 됐다. 인권진흥원 산하 위안부문제연구소는 여전히 단년 위탁사업자로 여가부에서 내려오는 예산을 1년 단위로 받아 활동한다. 그러니 위안부문제연구소는 연구자들과 1년짜리 기간제 근로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활동할 수 밖에 없다. 연구의 전문성, 지속성이 의문시되는 부분이다.
이런 취약한 구조 때문에 지난해 김소라 전 소장의 취임도 '기적적'이란 말이 나온다. 1년짜리 계약직이다 보니 중량감 있는 전문가를 모셔오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결국 위안부 문제나 역사 문제 전문가를 넘어 여성학·법학·사회학 등으로 전공을 넓히고 여성 인권 관련 단체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사람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한 끝에 김 전 소장이 취임했다. 김 전 소장은 디지털 성폭력 연구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연구자라 엄밀하게 따지자면 위안부문제연구소장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안부문제연구소가 이런 형편이다보니 램지어 논문 파문에 대한 대응은 언감생심이다. 지난 1일부터 지속적으로 논란이 벌어졌으나 여가부나 위안부문제연구소 측의 대응은 보름이 지난 16일에나 유감을 표명한 게 전부였다.
인권진흥원 관계자는 “위안부문제연구소의 업무가 위안부에 대한 올바른 역사적 사실을 국내외에 알리는 것인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련 간담회나 토론회를 여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여가부 관계자는 “연구소가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 갑자기 불거진 해외 논문 문제까지 대응하긴 어려웠다"며 "곧 연구소장도 정규직으로 뽑아 정상 운영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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