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비하' 비판 의식해 여성 조직위원장 선출
과거 '성 추행' 논란에 모리 전 위원장과 가까워
코로나 올림픽 치러낼 재목으론 행정경험 부족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일본 올림픽담당 장관이 18일 신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여성 비하' 발언으로 대내외 비판에 직면해 사퇴한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위원장을 대신해 5개월여 남은 올림픽 준비 실무를 총괄한다. 후임 인선을 둘러싼 급한 불은 끈 모양새지만 하시모토 신임 위원장도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던 인사란 점에서 우려는 여전하다.
하시모토 위원장은 18일 오후 도쿄올림픽 조직위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취임이 결정됐다. 그는 취임 이후 "중책을 맡아 긴장된다. 올림픽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남녀 평등이란 올림픽 정신에 어긋났다는 비판을 받은 모리 전 위원장을 의식한 듯 "다양성과 조화를 제대로 확인하고 싶다"며 "그러한 유산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하시모토 위원장은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트 1,500m에서 일본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한 운동선수 출신이다. 이후 사이클 선수로 전향해 하계올림픽을 포함해 1984~1996년 총 7회 올림픽에 출전한 경력을 갖고 있다. 1995년 정치에 입문해 참의원 의원으로 첫 당선됐고 2019년 9월부터 올림픽담당 장관을 역임해 왔다.
그러나 일본 스케이트연맹 회장을 역임하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직후 다카하시 다이스케(高橋大輔) 남성 피겨스케이트 선수에게 무리하게 키스했다는 주간지 보도로 도마에 오른 전력이 있다. 당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전임자가 여성 비하 발언으로 사퇴했는데 이번엔 성추행을 한 여성이 후임이 되는 것은 이상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하시모토 위원장은 강제 키스 논란에 대해 "그때도 지금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할 당시 자민당 간사장이 모리 전 위원장이었다. 하시모토 위원장은 모리 전 위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민당 최대파벌 호소다파 소속이다. 하시모토 위원장은 2019년 올림픽담당 장관으로 조직위를 방문했을 때 모리 당시 위원장이 "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자, "아버지"라며 화답하기도 했다. 그가 취임한 이후에도 모리 전 위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성 비하 발언에 따른 대외 이미지 추락을 의식해 운동선수 출신 '50대 여성'을 내세웠지만 행정 경험이 취약한 것은 약점으로 지적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한 온갖 난관을 돌파해 도쿄올림픽을 치뤄낼 재목으론 무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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