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해외시민 여권 소지자에 특별비자 부여
540만명 대상… 5년간 최대 100만명 신청 예상
‘홍콩 엑소더스(대탈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영국 정부가 홍콩인을 대상으로 이민신청 문호를 확대한 지 2주 만에 벌써 5,000명이 특별비자를 신청했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강압 통치를 피해 홍콩을 떠나려는 시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특별비자는 영국해외시민(British National Overseasㆍ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과 가족이 영국에서 5년간 거주한 뒤 1년 후에는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게 한 제도다. BNO 여권은 1997년 홍콩 반환 이전에 태어난 홍콩인들에게 영국 정부가 발급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6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되자 과거 식민지였던 홍콩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새 이민 제도를 마련했다. 아울러 별도 이민 예외조항인 6개월 단기 비자(LOTR)도 마련해 새 이민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 중국 보안당국의 단속을 피해 영국에 임시 정착할 수 있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준비를 거쳐 지난달 31일부터 특별비자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접수된 5,000건 중 절반 가량은 LOTR 비자를 받아 이미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홍콩인들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7,000명이 LOTR 비자를 활용해 영국으로 이주했다. 영국 이민당국은 올해 말까지 15만명, 향후 5년간 최소 30만명에서 최대 100만명이 특별비자를 신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BNO 여권 소지자 35만명과 신청 자격이 있는 사람 250만명, 그 외 부양가족을 합치면 총 540만명이 이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다.
홍콩의 마지막 총독을 역임한 크리스 패튼 경은 “영국이 과거에 어느 정도 책임을 진 이들에게 안전과 시민권 획득의 길을 제공했다는 건 긍정적”이라며 “이미 5,000명이 특별비자를 신청했다는 건 홍콩인이 자유를 빼앗겼다는 의미라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미 여행ㆍ신분 증명 수단에서 BNO 여권을 제외했고, 투표권 박탈과 홍콩인 이중국적 허용 폐지도 거론되는 등 보복 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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