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 밀집시설 중심으로 대규모 집단감염이 속출하면서 정부가 뒤늦게 관리감독 강화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판이 나온다. 외국인 밀집시설은 지난해부터 방역 사각지대로 꼽혀왔고, 실제 집단감염 사례도 있었던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했는데 그간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19일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벌집촌 등 외국인 밀집 거주시설과 외국인 방문이 많은 식료품점,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점검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전국 외국인 밀집시설 모두 점검
우선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와 외국인단체, 커뮤니티를 통해 16개국 언어로 된 방역수칙을 안내하고, 마스크를 지원한다.
또 22일부터 한 주 동안은 전국의 감염취약 사업장과 건설현장 약 1,000개소를 점검한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농업분야 사업장을 중심으로 점검하던 것을 확대하는 것이다. 작업장의 환기여부, 마스크 착용여부, 식당·휴게실·기숙사 방역수칙 준수여부 등을 따져보고 점검 결과에 따라 과태료도 부과한다. 수도권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과 육류가공업체 등 1,945개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 1만6,000여명에 대해서는 통역원을 활용한 1대 1 비대면 실태점검도 실시한다.
불법체류자 진단검사 시 통보 의무 면제
이와 더불어 불법체류 외국인이 방역조치를 피해 숨어들 경우 감염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외국어로 된 '코로나19 검사 관련 불법체류 통보의무 면제 안내문'을 산업단지 부근 인력사무소, 버스정류장 등 외국인 방문 시설을 중심으로 적극 배포했다. 기존에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국가 및 지자체 공무원은 불법체류자를 발견하면 법무부에 그 사실을 통보해야 하고, 이후 강제추방 등의 절차가 이뤄졌지만 지난해부터 정부는 이 같은 통보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공허한 대책... "말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정부는 이날 지난해 7월부터 외국인 밀집지역에 대한 방역점검을 해왔고, 지난해 11월부터 전국 15만여개 사업장에 대해 현장점검 등을 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곳의 외국인 근로자 근무환경을 볼 때 개선된 사항이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여전히 외국인 근로자들은 3밀(밀집·밀접·밀폐) 공간에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고, 언어장벽 등 때문에 방역수칙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철저한 대비가 부족했던 것이고, 매번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점검하고 알리고 있다'고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의 커뮤니티, 생활공간에 먼저 접근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며 "다만 집단감염 발생 배경은 외국인 근로자 자체가 아니라 이들이 머물고 있는 시설환경에 있는 만큼 괜한 혐오 여론이 일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경기 포천시 육가공업체 관련 11명(누적 12명) △경기 남양주시 플라스틱 공장 관련 7명(129명) △충남 아산 귀뚜라미보일러 공장 관련 25명(160명) △충북 진천 육가공업체 관련 3명(17명) 등 외국인들이 많이 근무하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확진자 발생이 줄잇고 있다. 대부분 자연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밀집해 근무하고, 여럿이 함께 기숙생활을 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