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비판한 전문가 외교부 주요 보직 발탁
'한일관계 특수성' 무시 속 한미일 삼각 동맹 추진
"파트너십은 쥐어짜기 아니다" 바이든 발언 무색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화해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국민들의 자유를 선택적으로 억압하는 데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누구의 주장일까.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에 내정된 정 박 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가 발탁 직전인 지난달 22일 발표했던 글의 일부다. 그는 ‘한국 민주주의에 드리운 북한의 긴 그림자’라는 기고에서 대북정책은 물론 문 대통령의 민주주의관, 통치 스타일까지 비판했다.
한국의 국장급 보직인 동아태 부차관보는 미 국무부의 한반도 외교 실무 책임자다. 중앙정보국(CIA) 출신 북한전문가에, 선거 캠프와 인수위에서도 일했으니 적격 인사라고 판단했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박 전 석좌 발탁 후 여러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기고문 게재 시기나 내용이 참 공교로웠다”라고 촌평했다. ‘나 이제 미국 정부에서 일하니 한국에는 이렇게 강하게 나가겠다’라는 미국 국내용 충성 맹세문이자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경고 메시지로 읽혔기 때문이다.
특히 박 전 석좌의 여러 언급은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주의 가치ㆍ동맹 중시 기조를 무색하게 한다. 균형 잡힌 논지 대신 일방의 의견만 참고한 뒤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마음대로 평가하는 고위 공직자가 바이든 동맹외교 첨병이라니 참 아이러니다. ‘동북아시아의 핵심축(린치핀)’이라는 동맹국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대접이 이 정도인 건가.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외교를 비판해왔다. 그는 19일 국제무대 데뷔 발언에서도 “(파트너십은) 거래가 아니다. 쥐어짜기 위한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외교 보직 인사부터 한국에 보내는 신호는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한일관계의 특수성은 외면한 채 한미일 삼각 동맹 구축 강요로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미국 외교당국의 초반 행보도 동맹과 함께 하겠다는 평소 발언과는 언행일치가 안 된다. 바이든 행정부에게 한국은 존중 대신 압박부터 해야 하는 나라였나. 뜻을 모으되 차이를 존중하는 민주주의 기본 정신이 바이든식 한미동맹에는 적용될 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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