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소속 시장 親환경 식단 방침에
정부 "식탁에 이념 대입 말라" 강력 비판
프랑스 중부 리옹시가 학교 급식에서 육류를 제외하기로 해 정부와 충돌을 빚고 있다. 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필요한 식단 간소화 조치”라 주장하지만, 관계 당국은 어린 학생들의 건강권을 볼모로 지방정부가 정치를 먹을거리에 주입하려 한다며 발끈했다.
2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레고리 두세 리옹시장은 최근 초ㆍ중ㆍ고교의 급식 식단에서 육류를 빼기로 결정했다. ‘고기 없는 급식’은 녹색당 소속인 두세 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내건 공약이기도 하다. 시는 새로운 식단을 4월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두세 시장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보수성향의 전임 시장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면서 “생선과 달걀로 영양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밝혔다. 영양학자들도 충분한 단백질과 철분, 무기질이 포함되도록 식단을 짜면 어린이도 건강하고 안전하게 채식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리옹시의 결정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친(親)환경 정당인 녹색당이 코로나19를 빌미로 당의 색깔을 학교 식단에 입히려 한다는 것이다. 줄리앙 드노르망디 농무장관은 “식탁에 이념을 집어넣지 말라”고 비판하며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서 필요한 것을 줘야 한다. 고기도 그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장관 역시 “프랑스 농부들과 도축업자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모욕”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녹색당의 도덕주의ㆍ엘리트주의 정책은 대중을 배제하고 있다.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와야만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옹은 세계적인 ‘미식의 도시’다. 특히 고기와 내장 요리가 유명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동물보호, 환경, 종교 등을 이유로 고기 섭취를 줄이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육류 없는 제품 판매가 증가 추세이고, 리옹 내 한 채식 식당은 맛집의 기준으로 통하는 ‘미슐랭 스타’를 받기도 했다. 2018년 프랑스 정부는 식품법을 개정해 전국 공립학교에서 일주일에 하루는 채식으로 급식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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