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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상품화'의 부메랑... 연예계 '학투'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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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 상품화'의 부메랑... 연예계 '학투'의 그림자

입력
2021.02.23 04:30
수정
2021.02.23 11:4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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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주일 새 8명? 잇단 '학투' 어수선
당사자는 모두 부인... 자칫 마녀사냥 번질 수도

과거 학교 폭력을 인정한 트로트 가수 진달래. 그는 최근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자진하차했다. TV조선 제공

과거 학교 폭력을 인정한 트로트 가수 진달래. 그는 최근 TV조선 '미스트롯2'에서 자진하차했다. TV조선 제공


스포츠 스타들을 향한 '학투(학교 폭력 나도 당했다)'가 연예계로 번지고 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으로 청춘스타 반열에 오른 조병규를 비롯해 배우 박혜수, 김동희, 김소혜, 그룹 (여자)아이들 멤버 수진, 세븐틴 멤버 민규, 티오오 멤버 차웅기, 트로트 가수 진해성 등 최근 일주일 사이 연예인 학폭 의혹 여덟 건이 연달아 제기됐다.

2018년 문화계 종사자들이 '미투'로 성폭력을 고발해 문화계 악습을 끊는 변화에 앞장섰다면, '학투'는 도덕 불감증에 빠진 스포츠·연예 스타에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외부의 폭로 성격을 띤다.

지난달 TV조선 '미스트롯' 시즌2에 출연한 트로트 가수 진달래가 자신을 향한 학투를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조병규 등 앞서 언급한 연예인 8명은 모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투가 스포츠·연예계 스타 뿐 아니라 경찰, 교사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들불처럼 번지고 있어 연예인을 향한 학투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관찰 예능으로 '포장된 인성'

연예계 학폭 논란 확산은 방송 유행이 관찰 예능으로 옮겨진 것과도 관련성이 높다. 방송으로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널리 공개되고, 그 과정에서 인성은 연예인의 '상품'이 됐다. 시청자는 연예인의 재능과 더불어 윤리를 적극적으로 검증하고 소비한다. 대중문화에서 오락과 함께 '무해함'까지 중요하게 여기는, 향유 방식의 변화다.

진달래를 향해 학투를 제기한 A씨는 "가해자가 아무렇지 않게 TV에 나오고, 그 안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비치며,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나와 웃고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에 치가 떨린다"고 폭로 이유를 밝혔다. 다른 연예인을 대상으로 학폭 의혹을 제기한 이들도 비슷하다. 자신이 알던 옛 모습과 달리 방송에서 '착하고 따뜻한 사람'으로 미화돼 고통스러웠다는 게 공통된 폭로 이유였다. 학폭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쪽에선 방송에 나온 연예인의 '포장된 인성'이 위선으로 비칠 수 있다. TV에 나오는 연예인과 자신이 알고 있는 모습과의 괴리감이 위화감으로 이어지고, 결국 폭로를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록밴드 잔나비 건반연주자였던 유영현은 방송에서 음악밖에 모르는 티 없이 맑은 청년으로 비쳤다. 그 뒤 학폭 의혹이 제기됐고, 잘못을 인정하고 2019년 밴드를 탈퇴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폭으로 받은 상처가 그대로인데 TV로 화제가 된 가해자를 보게 되면 그 고통이 다시 복기된다"며 "학투는 학폭을 통해 그간 받지 못한 사과를 받고 그 사회적 처벌로 심리적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말했다.


"담임 선생과 학교 생활 공유하지만..."

잇단 학투 고발에 연예계는 긴장하고 있다. 학폭 문제가 터지면 수습이 어려운 만큼, 기획사는 가수나 연습생 가운데 중·고교생이 있다면 학교 생활의 점검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K팝 대형 기획사 고위 관계자는 "연습생이나 데뷔한 연예인이 미성년자일 경우 스케줄 등 활동을 위해 학교와 상의하곤 하는데, 그때 자연스럽게 담임 선생님을 통해 소속 연예인에 대한 학교 생활을 공유하곤 한다"고 귀띔했다.

물론 온라인에 익명으로 올라온 학폭을 모두 믿을 수 없다. 조병규 소속사인 HB엔터테인먼트는 소속 배우를 상대로 학폭 의혹을 제기한 B씨가 "허위 사실을 게시했다"고 쓴 확약서를 공개했다. 김동희, 박혜수 측 등은 "음해성 허위글"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학투는 과거 잘못은 반드시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학습효과를 줄 수 있다"며 "하지만 의혹 제기만으로 마녀사냥이 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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