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코로나19로 집 안에 콕 갇혔나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단조롭고 답답한 집콕생활에 조금이나마 활기를 더해보는 건 어떨까요? 격주 수요일 ‘코로나 블루’를 떨칠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소개합니다.
“육식을 초월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원상태로 돌리고 온전하게 만들고자 하는 징표이자 혁명적 행동이다.”(미국의 석학 제러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 최근 수십 년간 육식은 자연환경과 인류건강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으로 간주됐다. 채식의 부상으로 주춤했던 육식이 최근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가계의 육류 소비지출은 전 분기 대비 30.5%나 늘어났다. 연간 1인당 먹는 육류 소비량도 53.7㎏(2018년 기준)에 달한다.
최근의 육식의 부활은 코로나로 인한 집밥 열풍에 힘입었다. 삼시 세끼 반찬 걱정을 덜어주고, 외식이 제한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는 고기만한 게 없어서다. 품질 좋은 고기만 있다면 굽기만 하면 되는 쉬운 조리법도 고기 소비를 끌어올렸다. 최근 ‘고기 요리, 어디까지 해봤니’(쉼 발행)를 출간한 강윤주 요리연구가는 “코로나로 외식이 줄어든 대신 집에서 잘 먹으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당일배송 등 고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육류 소비를 부추겼다”라며 “다만 예전과 달리 건강과 환경을 고려해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성비 갑’ 비선호 부위 활용
집에서 주로 소비하는 고기 부위는 돼지고기 삼겹살과 쇠고기 등심. 문제는 가격과 영양이다. 스테이크로 즐겨 먹는 쇠고기 등심은 1㎏당 수 만원을 호가한다. 반면 우둔살이나 홍두깨살 등 비선호 부위 가격은 ㎏당 1만원 안팎으로 훨씬 저렴해 가성비가 높다. 선호 부위인 돼지고기 삼겹살도 앞다리살이나 안심에 비해 가격이 높다. 반면 영양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강윤주 요리연구가는 “지방이 많은(마블링) 부위일수록 부드럽기 때문에 선호하지만, 다른 부위와의 영양차이는 크지 않다”라며 “오히려 지방을 과잉 섭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기름기가 적은 비선호 부위를 활용하면 저렴하면서도 선호 부위의 맛을 따라잡을 수 있다. 예컨대 홍두깨살을 얇게 저며 샤부샤부처럼 따뜻한 육수에 퐁당 담가먹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다양한 소스를 곁들이면 심심한 고기 맛에 감칠맛이 더해진다. 삼겹살이나 스테이크는 따뜻하게 먹어야 맛있지만 비선호 부위는 차갑게도 즐길 수 있다. 얇게 저민 우둔살을 육수에 살짝 데친 뒤 차갑게 식혀 참치와 마요네즈 등을 섞은 소스를 뿌려 채소와 곁들인 이탈리아 요리 ‘만조똔나또’ 등이 있다.
퍽퍽한 닭가슴살의 변화도 놀랍다. 가슴살로 육수를 내 차게 식힌 뒤 면 위에 붓고 토마토와 오이를 올린 ‘초계 밀면’이나 깍둑 썬 가슴살과 양파, 버섯 등을 밥과 함께 볶아 오븐 용기에 담아 치즈를 뿌리고 토마토와 피망을 올려 구운 ‘치킨 필라프 그라탕’ 등도 새로운 대안이다.
조리법을 바꾸면 맛이 풍성해진다
가정에서 고기의 조리법은 대체로 ‘굽기’다. 신선한 고기를 구워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고기가 오래됐거나 영양을 좀 더 따진다면 조리법을 바꿔보는 게 좋다. 권장하는 고기와 채소의 섭취 비율은 1대3. 조리과정에서부터 채소를 적극 활용하면 손쉽다. 돼지고기의 앞다리살과 채소를 잘게 다져 섞은 반죽을 기름에 부치는 ‘동그랑땡’이 대표적이다. 좀 더 나아가 둥근 양파 모양을 활용해 속심을 뺀 양파로 틀을 잡은 뒤 양념한 고기 반죽을 넣어 튀기는 ‘돼지고기 양파전’도 집에서 시도해볼 만하다.
생선조림처럼 감자나 무 등 채소를 아래에 깔고 고기를 올려 양념을 끼얹어 조리면 고기에 있던 성분이 채소로 옮겨져 채소까지 맛있어진다. 활용도가 낮은 질긴 고기는 전기밥솥을 보온으로 설정해 익히면 부드러워진다(수비드 조리법). 강윤주 요리연구가는 “가족들이 잘 안 먹는 부위나 신선도가 떨어진 고기에 양념을 입히고, 조리법을 다양하게 하면 부족한 맛을 잘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색 재료를 활용하면 같은 고기라도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라임즙, 고수 잎, 넛맷 등 다양한 향신 채소를 갈아 닭다리살에 재워 숙성시킨 뒤 구운 ‘자메이카 저크치킨’을 소개한 강윤주 요리연구가는 “해외 여행 때 맛보았던 그 맛을 떠올리며 레시피를 개발했다”라며 “집에서도 충분히 미식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