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여권의 검찰 개혁 시즌2와 관련해 수사권 개혁 안착이 더 중요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이 상반기 내 법 통과를 목표로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와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을 밀어붙이는 데 대해 속도 조절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박범계 법무장관의 답변 과정에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대통령이 저에게 주신 말씀은 크게 두 가지다”라며 “올해 시행된 수사권 개혁이 안착되고, 두 번째는 범죄수사 대응 능력, 반부패 수사 역량이 후퇴해서는 안 된다는 차원의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기소 분리까지 나아가면 수사 역량이 후퇴할 수 있어 시기상조라는 뜻에 다름없다. 사의 파동을 빚은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도 진작부터 여권의 이런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이 업무에 복귀한 날 문 대통령의 언급이 전해진 것은 청와대와 법무부의 입장이 대체로 정리됐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 15명은 23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입법 공청회를 열고 검찰을 맹비난하면서 수사·기소 완전 분리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속도 조절 주문에 대해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전해 들은 바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당초 계획대로 입법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태세다.
대통령 뜻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강경파 의원들의 이런 모습은 집권 말기 전형적인 권력 분열의 징후다. 이들로선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좇는 것이 당내 정치적 지분 확대에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친문을 표방하는 그들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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