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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봉쇄 완화 움직임에 다시 불붙는 '백신 여권'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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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봉쇄 완화 움직임에 다시 불붙는 '백신 여권' 논란

입력
2021.02.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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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영국 런던 서부 엘링의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엘링=EPA 연합뉴스

22일 영국 런던 서부 엘링의 예방접종센터에서 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엘링=EPA 연합뉴스

유럽 여러 나라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과 함께 조심스레 봉쇄를 풀 준비를 하면서 ‘백신 여권’ 도입 논쟁도 덩달아 불붙고 있다. 소수 접종자에게만 특혜를 준다는 비판과 일상의 안전을 위한 최소 방어막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는 분위기다.

23일(현지시간) 유럽 현지 언론을 종합하면 등교재개, 통행금지 완화 등 봉쇄 출구 전략에 속도를 내는 국가가 많아지자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이슈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프랑스 보도전문채널 프랑스24는 “각국이 봉쇄 탈출구의 하나로 백신 여권이나 접종 인증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신 여권은 통행 제한이 풀릴 경우 재확산을 막는 데 필요한 일종의 안전 장치다. 국가간 이동뿐 아니라 바이러스 음성ㆍ면역을 입증해 정상 생활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백신 여권 소지자가 많아지면 침체를 맞은 여행산업도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이미 스웨덴, 덴마크, 아이슬란드가 도입을 결정했다. 그리스, 스페인 등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도 정책화를 서두르고 있다.

전날 4단계 봉쇄 완화 로드맵을 내놓은 영국도 후속 조치로 접종 인증서 발급을 검토 중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날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이 코로나19 접종 인증서 개발을 지휘할 것”이라며 “‘그린패스’를 도입한 이스라엘을 비롯해 다른 나라의 사례를 들여다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증서는 백신 여권의 순화된 표현이다. 이달 초 “백신 접종을 마친 국민에게만 여권을 발급해 이동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 등 각료들의 언급이 역풍을 일으키자 용어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당시 건강상 이유로 접종을 꺼리거나 접종 자체가 불가능한 임산부, 아동 등을 차별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인증서는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의학적 의미에 국한된다는 게 영국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인증서를 발급해도 역차별은 여전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여름쯤 영국 내 봉쇄 조치가 끝나면 경기장, 식당에 들어가기 위해 결국 접종 증명서를 요구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프랑스 정부처럼 백신 여권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는 나라도 더러 있다. 지난달 프랑스여론연구소(IFO)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프랑스 국민 10명 중 6명(62%)은 “백신 여권이 사회 관습상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이런 정책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클레망 본 프랑스 외교부 유럽담당 국무장관은 “특정인에게만 권리를 주는 만큼 도입이 매우 꺼려진다”고 선을 그었다.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역시 시기상조라고 못박는다. 아직 유럽인의 3%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데다, 백신을 맞아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달 EU 정상회의에서도 백신 여권 도입 문제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일단 의료 목적의 접종 증명서부터 표준화하자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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