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건설 현장 이주노동자 사망 속출
최대 80% 돌연사… "안전 기준 강화해야"
지구촌이 최대 스포츠 축제 ‘월드컵’에 열광하는 동안 가난한 노동자들은 무수히 죽어나갔다. 일이 너무 많아 죽고, 사고를 당해 죽고,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 삶에 지쳐 죽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지난 10년간 이 나라 노동 현장에서 숨진 이주노동자가 무려 6,700여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환호 뒤에 가려진 비극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3일(현지시간) 2010년 12월 카타르월드컵 유치 이후 남아시아 5개국 출신 이주노동자 6,751명이 카타르에서 사망했다고 전했다. 인도 노동자들이 2,711명으로 가장 많고, 네팔(1,641명) 방글라데시(1,018명) 파키스탄(824), 스리랑카(557명) 순이다. 매주 평균 12명이 숨진 셈이다. 이것도 각국 정부 기관 등이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통계인 데다, 5개국 외 노동자 사례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타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200만명이나 된다.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카타르의 건설 경기는 말 그대로 대호황을 맞았다. 경기장만 7곳을 새로 지었고 공항 건설, 도로 확충, 대중교통 시스템 정비 등 수십 개 건설 프로젝트가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비영리 인권단체 ‘페어스퀘어’ 책임자 닉 맥기헌은 “사망한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월드컵 기반시설 건설 현장에 고용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망 원인은 ‘노동 인권’ 없는 착취의 구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추락사 △목을 멘 질식사 △누전에 의한 감전사 △시신 부패로 인한 사인 불명 등이 공식 자료로 확인됐다. ‘돌연사’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점이 특히 눈에 띈다. 가디언 자료에 따르면 인도ㆍ네팔ㆍ방글라데시 노동자의 사망 원인 69%가 돌연사로 분류됐다. 인도는 무려 80%에 달했다. 현지에선 ‘돌연사 증후군’이란 말까지 나왔을 정도다. 매체는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사인을 규명하지 못한 사례가 태반”이라고 비판했다. 카타르 인체부검법은 사망자의 부검 허용 범위를 의학 교육, 범죄 수사, 질병 조사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카타르의 무시무시한 폭염도 돌연사를 더욱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 나라의 여름은 최고기온이 45도까지 치솟는 불볕더위가 하루 10시간씩 지속된다. 폭염은 인체 심혈관 계통에 압박을 줘 급성 심부전과 호흡곤란 등을 유발한다. 실제 2019년 국제노동기구(ILO)가 조사해 봤더니 카타르 이주노동자들은 1년 중 최소 4개월간 근무일의 절반 이상을 온열 스트레스가 극심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일을 마쳤을 때 노동자 40%는 탈수 상태였다.
당연히 보다 세심한 작업 환경이 조성됐어야 했다. 카타르 정부는 6~8월 한낮엔 야외작업을 금지했다고 항변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히바 자야딘 연구원은 “이주노동자 사망 문제는 해결이 시급한 사안”이라며 “카타르 정부는 부검 관련 법을 개정해 사인부터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도 “카타르 당국은 법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게끔 안전ㆍ보건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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