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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직설적인… 문 대통령의 가덕도신공항 힘 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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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직설적인… 문 대통령의 가덕도신공항 힘 싣기

입력
2021.02.26 04:30
수정
2021.02.26 09:1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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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가덕도신공항 후보지를 25일 방문했다. '동남권(부산ㆍ울산ㆍ경남, PK) 메가시티 구축전략 보고'를 받는 게 방문 목적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지역균형발전을 챙기기 위한 민생 행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방문 시점도, 문 대통령의 일정과 현장 발언도, '정치 행보'로 보일 여지가 많았다. 가덕도신공항 '반대' 보고서를 냈던 국토교통부를 향해서도 "의지를 가져야 한다",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사실상 질책성 지시까지 내렸다.

25일은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41일 전.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가덕도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가덕도신공항이 '부산시장 보선과 차기 대선을 겨냥한 여권의 초대형 토목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터에, 문 대통령이 가덕도에서 '마지막 테이프'를 끊으려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너무나도' 적극적이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묵은 숙원"이라고 부르며 "조속한 국회 입법을 희망한다"고 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미리 약속도 했다. 공항 건설에 반대한 국토교통부에는 "속도가 필요하다"며 채찍질했다. 국민의힘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은 탄핵 사유"(주호영 원내대표)라며 강력 반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선상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선상 시찰하며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뉴시스


文 "가덕도신공항은 숙원 사업"… '총력지원' 다짐

문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만 챙긴 건 아니다. 부산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ㆍ송철호 울산시장ㆍ김경수 경남지사로부터 부ㆍ울ㆍ경을 수도권에 필적하는 거대한 생활 공동체로 육성하겠다는 동남권 메가시티 비전을 보고받았다.

이어 배를 타고 가덕도신공항 후보지에 도착해서는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을 힘껏 뒷받침하겠다. 15년간 지체되어 온 동남권 신공항 사업부터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공항이 들어서면) 세계로 뻗어가고, 세계에서 들어오는 하늘길이 24시간 열리게 된다"는 의미도 부여했다.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약 1년 만이었다. 가덕도신공항 후보지 방문의 적절성을 놓고 참모들 사이에선 의견이 갈렸지만, 문 대통령의 방문 의지가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현장에서 "오늘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고 메가시티 구상을 들으니 가슴이 뛴다"고 했다.


"28조원? 터무니없다" 보도 반박 나선 부ㆍ울ㆍ경

부ㆍ울ㆍ경 광역단체장들은 가덕도신공항 '팩트 체크'로 문 대통령을 엄호했다. 이병진 시장 권한대행은 "공항 부지 매립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자부했다. 그가 "토질이 매립토로 굉장히 적합하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연약지반으로 치면 김해공항도 연약지반이죠?"라고 호응했다. 김경수 지사는 "건설비가 28조원이라고 (국토부 자료에 근거해) 보도됐는데, 터무니없이 부풀려졌다. 7.5조원이다"고 했고 "특별법에서 공항 건설을 위한 모든 절차가 생략됐다는데,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도 했다.

그래서일까. 문 대통령은 부산 현장에서 국토부에 '특별 지시'도 내렸다. "사업 방향이 바뀌어 국토부 실무진의 곤혹스러움이 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국토부가 의지를 갖지 못하면, 원활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2030년 이전에 완공시키려면 속도가 필요하다. 국토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사실상의 질책이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마치 국토부가 반대한 것처럼 비춰져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등을 통과시키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등을 통과시키고 있다. 공동사진취재단


일정 강행한 靑 "정치 행보 아닌 뉴딜 행보"

야당은 강하게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동조하고 있지만, 문 대통령의 방문으로 '과실'을 더불어민주당이 독점할 것을 걱정해서다. 당 지도부를 비롯한 여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문 대통령과 동행해 '세'를 과시했다. 이에 주호영 원내대표는 "누가 봐도 도를 넘어선 선거 개입"이라면서 "문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토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했다.

청와대는 "한국판 뉴딜의 차질 없는 추진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일정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일부 참모들은 '가덕도신공항이 부ㆍ울ㆍ경의 숙원 사업이고, 국회가 특별법까지 제정한 상황인데, 문 대통령이 관심을 두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라는 반론도 폈다.

선거 개입 논란이 커지자, "부산 방문은 보궐선거와 무관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통행보의 일환으로 오래 전 결정된 행사"(강민석 대변인)라는 공식 반응도 냈다. 그러나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것 자체가 청와대도 이번 행사가 선거용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인식했단 방증이다.

선거법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난다 해도, 가덕도특별법이 제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법 통과를 전제로 '총력 지원'을 약속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더구나 논란을 예상했다면 조금 더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어야 한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더구나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이 특정 지역을 찾는 건, 민주당이 야당일 때 비판했던 레퍼토리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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