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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대는 靑·재촉하는 與…어른거리는 '레임덕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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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뭇대는 靑·재촉하는 與…어른거리는 '레임덕의 그림자'

입력
2021.02.26 04:30
수정
2021.02.26 13: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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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나라호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표와 김태년 (맨 오른쪽)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과 동행했다. 부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한나라호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해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오른쪽에서 두 번째) 대표와 김태년 (맨 오른쪽)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과 동행했다. 부산=연합뉴스


청와대는 머뭇거리고 여당은 재촉한다. 수사-기소 완전 분리,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부산 가덕도 신공항 추진 등 주요 정책 과제를 두고 당정청이 온도 차를 드러내는 장면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표 파동’까지 더해져 “청와대 권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낳았다. 이 모든 상황은 '레임덕(정권 말 권력 누수)의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

모든 권력은 시든다. 역사상 어느 정권도 영원한 권력을 누리지 못했다. 친문재인 진영에선 레임덕을 거론하는 것 자체를 "정치 공세"라고 부르지만, 문재인 정부가 '아주 특별한 예외'가 될 거라고 마냥 기대할 순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약 1년 2개월 남았다. 시간이 갈수록 '레임덕의 그림자'가 아닌 '레임덕'이 닥칠 것이다.


중수청 설치, 당청 괴리 '쐐기' 역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들어 ‘검찰 개혁’을 놓고 다른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국정과제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적시하고 있다. 그 방법론까지 정해 둔 건 아니었다.

민주당은 여러 방법론 중 새로운 거대 수사기관(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강하게 밀어붙인다. ‘늦어도 3월 중 법안 발의, 6월 중 국회 법 통과’라고 일정까지 못 박았다. 청와대는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등 채널을 통해 ‘속도 조절’로 해석될 만한 신호를 여러 번 민주당에 보냈다. 25일엔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개인적으로는 수사와 기소 분리에 적극 찬성하지만, 매사가 시기가 적절하냐, 준비가 돼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며 넌지시 ‘과속’ 우려를 전했다.

민주당은 요지부동이다. “속도 조절론은 실체도, 실효도 없다”면서다. 청와대보다 앞서가는 목소리를 주도하는 건 역설적으로 친문 핵심 의원들이다. “친문 의원들조차 제 갈 길을 찾아 간다”는 징후로 해석된다.

당청은 한동안 '한 몸'이었지만, '이해관계'가 달라졌다. 청와대는 임기에 빗대자면 '노년기'다. 4년간 숨 가쁘게 달려온 만큼, 개혁 과제를 마무리하고 민심을 다독일 필요가 있다. 지난해 4월 21대 총선 압승으로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은 열정 넘치는 '청년기'를 지나는 중이다. 21대 국회 임기는 3년 넘게 남았다.

‘친문 호위무사’로 불리는 정청래 의원조차 24일 KBS라디오에서 “청와대와 문 대통령의 임기는 1년 남았고, 21대 국회는 1년 됐다. 마무리하는 청와대와 새롭게 일을 시작하는 국회의 입장은 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당청의 이런 괴리를 아직 레임덕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차기 대선과 정권 임기 말을 앞두고 있어 괴리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이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김경수 경남도지사. 연합뉴스


靑 비서실장 추궁한 여당 원내대표..."레임덕 상징 장면"

여권 실세들의 말 한마디가 청와대의 흔들리는 권위를 설핏 드러내기도 했다.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유영민 실장은 “문 대통령이 수사-기소 분리 속도 조절을 언급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민주당은 못마땅해 하지만, '검찰개혁 속도 조절'이 문 대통령 의중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민주당 2인자인 김태년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모시는 최고 참모'를 그다지 예우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 발언이) 그게 아니지 않느냐”며 여러 차례 따져 물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레임덕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했다.

친문 핵심인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24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한 말씀에 일사불란하게 당까지 정리되는 게 과거 권위적인 정치”라고 주장했다. '당청이 이견을 보이는 건 정상이므로 레임덕이 아니다'라는 게 본뜻이었다고 김 지사 측은 설명했지만, 구구한 해석을 낳았다. 박상헌 정치평론가는 “문재인 정권 임기 초의 일사불란함이 사라지고 이런 변화가 대놓고 언급된다는 점에서 레임덕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文 지지율 여전히 높아 "아직 레임덕 아냐" 신중론도

물론 신중론도 상당하다. 문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여론조사별로 30~40%, 과거 정권의 임기 말과 비교할 때 여전히 공고하다. 문 대통령을 대체할 여권의 뚜렷한 ‘새로운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민주당 지지율보다 높은 상황에서 섣불리 레임덕 진입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 문제'라는 견해도 있다. 박상헌 평론가는 “레임덕은 피하고자 해서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검찰 개혁 속도 조절 문제와 차기 리더십 문제가 뒤섞이면서 앞으로 레임덕 시계가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택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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