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 없다"에서 "최종 결정된 것 없다"로
정치권·언론·인권단체서 불참 요구 꾸준
미국이 정말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둘까. 가능성을 열어 두기 시작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베이징올림픽 불참과 관련해 어떤 입장인지를 묻는 질문에 “최종 결정된 것은 없다”며 “미 올림픽 위원회로부터 지침을 구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미세하지만 입장 변화다. 앞서 사키 대변인은 3일 브리핑 때 “베이징올림픽과 관련해 입장이나 계획을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었다. 로이터통신은 “그간 사키가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 온 만큼 이번 언급은 변화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출범 뒤 한 달여간 보여주고 있는 대(對)중국 압박 수위는 예상보다 높다는 평가다. 게다가 국내외에서 ‘인권 탄압국’에게는 올림픽 주최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겠다고 공언한 바이든 대통령이다.
실제 불참 요구는 꾸준하다. 3일 릭 스콧 등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족 학살과 홍콩 탄압, 대만 위협 등을 이유로 개최지를 재선정해야 한다며 베이징 동계올림픽 철회 결의안을 제출했다. 비슷한 시기에 180개 인권단체가 참여한 연합체가 “중국 지도부가 올림픽을 개최할 경우 인권을 탄압하고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행위가 더 조장될 것”이라며 각 나라 정상에게 불참 촉구 서한을 보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 사설에서 “젊은이들에게 정치ㆍ경제적 부패가 만성적인 올림픽에 금메달을 따러 나가라고 계속 가르쳐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할 때”라며 “서구가 베이징올림픽을 보이콧한다면 올림픽을 영원히 끝장낼 수 있다”고 주장했고, 차기 대선 후보군에 포함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대사도 이날 폭스뉴스 기고문을 통해 “1936년 나치 독일보다 오늘날 중국이 더 위험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보이콧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전날 하원에 출석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국은 일반적으로 스포츠 보이콧을 지지하지 않지만 중국의 책임을 묻기 위한 유엔의 국제적 행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내년 2월 4월 개막해 20일까지 열린다. 2008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베이징은 동ㆍ하계 올림픽을 모두 유치한 첫 도시다. 2008년에도 티베트 유혈 진압 사태가 인권 이슈로 부각되면서 보이콧 움직임이 거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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