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체온 유지·균형 잡힌 식사·적절한 운동 중요
코로나19(COVID-19) 백신 접종이 지난달 26일부터 시작되면서 ‘건강 수호자’ 면역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댄 바로우치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팀 등의 연구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생긴 항체가 인체의 면역 체계에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층이나 당뇨병ㆍ심혈관 질환 등 만성 질환자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백신 접종 후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체온 1도만 떨어져도 면역력 30% 감소
면역력은 세균ㆍ바이러스 같은 외부 병원균으로부터 몸을 방어하는 능력이다. 면역 체계는 몸에 침투하는 외부 병원균이나 세균에 감염된 세포를 감지해 죽인다. 면역력이 강하면 바이러스를 이겨낼 저항력이 생기고, 감염돼도 회복 속도가 빠르다.
면역력은 선천적으로 물려받는 자연면역(선천성 면역)과 병원체를 통해 후천적으로 얻는 획득면역(후천성 면역)으로 나뉜다. 면역력을 잘 관리하려면 정상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역력이 활성화되려면 면역세포가 제 역할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정상 체온(35.5~37도)을 유지해야 한다. 체온이 1도만 떨어져도 면역력은 30% 정도 감소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평균 체온이 감소해 기온이 떨어지는 날에는 체온 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균형 잡힌 식사ㆍ적절한 운동해야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도 면역력 향상의 열쇠다. 면역력 증가를 위해 비타민C,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ㆍ채소나 항산화 물질이 풍부한 버섯류 등을 자주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김형미 세브란스병원 영양팀장은 “하루 5가지 색깔의 채소를 먹고, 쌀밥 대신 잡곡밥을, 과일주스보다 생과일을 먹는 등 올바른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했다.
운동도 면역력 증진에 도움이 된다. 운동은 우리 몸에 신호를 보내 새로운 백혈구를 만들도록 한다. 또한 감염과 싸우는 면역세포뿐만 아니라 조절T세포도 만들게 한다. 몸의 다른 부분처럼 면역세포도 늙는데, 운동으로 이를 늦출 수 있다.
걷기ㆍ자전거 타기ㆍ달리기를 하루 30~45분 정도 하면 감기나 독감, 다른 겨울 질환에 걸릴 위험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 NK세포 같은 바이러스 감염과 암세포를 감시하는 세포들은 운동을 한 번만 해도 운동 직후에 10배 증가한다. 하지만 지나친 운동은 오히려 면역을 떨어뜨릴 수 있다. 운동량에 따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1,000여개의 유전자 표현을 통제하는 비타민D 충전도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자외선차단제 없이 양손과 양팔에 5~15분 정도 1주일에 몇 차례만 햇볕을 쬐도 비타민D를 충전할 수 있고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방이 많은 생선과 강화 우유도 훌륭한 비타민D 섭취원이다.
◇백신 접종 전후 7시간 이상 수면해야
수면을 하루 7시간 정도 충분히 취하면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잠을 규칙적으로 깊이 자야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NK세포 같은 면역세포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항체 형성률을 높이려면 백신 접종 전후 1주일 정도는 규칙적으로 7시간 이상 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면 시간에는 ‘서파(徐波) 수면(slow wave sleep)’이 포함돼야 한다. 서파 수면기는 가장 깊은 잠에 드는 밤 12시에서 새벽 3시까지를 말한다. 이향운 이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수면센터장)는 “서파 수면기에 면역 증강 물질인 멜라토닌이 가장 왕성히 분비된다”고 했다.
지난해 한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 83명이 수면 일기 작성 3일째 인플루엔자(독감) 3가 백신(A형 바이러스 2종(H1N2ㆍH3N2), B형 바이러스 1종(빅토리아)을 접종한 결과, 적정한 수면 시간을 유지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백신 예방접종 1개월, 4개월 후 측정한 항체가 2배나 많았다.
면역력을 확인하고 싶다면 NK세포(자연살해세포) 능력을 측정하는 ‘NK세포 활성도 검사’를 하면 된다. NK세포 활성도 검사는 1㏄ 정도의 혈액을 채취해 혈액 내에 존재하는 NK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한 후 분비되는 인터페론 감마의 양을 효소 면역 분석법(ELISA) 원리로 측정하는 것이다.
NK세포 수치가 500pg/mL 미만이라면 암 가능성이 높다. 다만 NK세포 활성도가 500pg/mL 이상으로 정상일 때도 조기 암일 수 있기에 정상 수치라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된다. 최근 미국ㆍ중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 NK세포 숫자가 많으면 코로나19에 걸렸어도 회복력이 높았다.
[면역력 높이는 7가지 방법]
-30초 이상 손 씻고 마스크 쓰기
-하루 2리터 이상 수분 섭취하기
-꾸준히 운동하기
-면역력에 좋은 음식(단백질ㆍ마늘ㆍ감귤류ㆍ등푸른 생선ㆍ홍삼 등) 섭취하기
-하루 7시간 이상 수면 취하기
-목ㆍ겨드랑이 림프절 마사지하기
-소리 내어 웃기(백혈구 증가ㆍ코르티솔 촉진)
(자료=최준호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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