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유도 위한 법인세 부과안도 폐기
향후 대규모 '인프라 패키지' 추진 쉽지 않을 듯
‘최저임금 15달러(시급) 시대’가 코앞까지 다가왔다가 다시 저만치 멀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1조9,000억달러(약 2,100억원) 규모 ‘슈퍼 경기부양안’에서 핵심 의제인 최저임금 인상안이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현재 시간당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2025년까지 15달러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체 법안도 논의했으나, 이 또한 여러 난관에 부딪혀 사실상 물 건너간 분위기다. 바이든 행정부의 첫 번째 역점 법안부터 좌초 위기에 놓였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최근 론 와이든 상원 재무위원장과 버니 샌더스 상원 예산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안을 포기하고, 그 대안으로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를 지급하지 않는 대기업에 법인세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세금 폭탄을 맞는 대신 최저임금 인상을 선택하게끔 유도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의회 반대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낮으면서도 일부 저임금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법안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정치적ㆍ현실적 난관에 봉착했다. 대기업들이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노동자를 정식 고용하지 않고 계약직으로 돌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했다. 백악관 또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경제자문위원장 출신 경제학자 제이슨 퍼먼은 “검증 없이 새 방안을 시도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안이 포함된 경기부양안은 지난달 26일 연방 하원 문턱을 넘었지만, 상원 통과는 난망하다. 상원 사무처가 “최저임금은 예산조정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안을 경기부양안에 포함시킨 뒤 ‘예산조정권’을 발동, 단독 과반(51명) 찬성만으로 법안을 처리하려고 했던 민주당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향후 며칠간 혹은 몇주간 최선책을 찾아낼 것”이라며 거듭 의지를 보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향후 추진할 다른 법안에 최저임금 인상안을 패키지로 포함시키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두가 ‘바람’일 뿐, 공화당 반대를 돌파할 묘책이나 대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런 상황은 향후 이어질 다른 정책들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이달 중 기반시설 투자를 위한 ‘인프라 패키지’를 내놓을 예정이다. 최근 텍사스주(州)를 비롯해 미 전역이 이례적인 눈폭풍으로 대규모 정전ㆍ단수 사태를 겪으면서 법안 추진에 가속도가 붙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기간 인프라 및 청정에너지 개발에 2조달러를 투입하겠다고 공약한 데 비춰볼 때, 이번 경기부양안 못지않게 대규모 예산이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역시 공화당의 거센 반발을 살 만한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에도 민주당이 추진한 1조5,000억달러 패키지가 하원에서 통과됐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무산됐던 전례가 있다.
지나 매카시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은 “텍사스 에너지 대란은 에너지 시스템 및 기타 인프라 개선 필요성을 일깨운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은 녹색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도 “아직 패키지 규모나 구성, 우선순위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오랫동안 인프라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공화당은 벌써 경계하고 있다. 초당적 지지가 필요한 문제엔 기꺼이 협력하겠다면서도 이번 경기부양안 입법 과정에서 민주당이 추진한 ‘예산조정권’ 발동 같은 ‘독주’를 우려하고 있다. 상원 환경ㆍ공공사업위원회 소속 셸리 무어 캐피토 의원은 “기반시설 투자는 필요하지만 이념적인 정책으로 가득찬 수조달러 패키지로 확장돼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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