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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홍콩 선거제 바꿔 반대세력 압살…광주항쟁처럼 끝까지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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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中, 홍콩 선거제 바꿔 반대세력 압살…광주항쟁처럼 끝까지 싸운다”

입력
2021.03.02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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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인터뷰] 2019년 홍콩 이공대 사태 주역 오완리
'양회' 앞두고 선거제 변경 속도...홍콩 정세 요동
"中 공산당은 어떠한 반대세력도 용납하지 않아??
홍콩 선거 결과 확실히 통제하려 불확실성 제거?
애국 강조하는 공산당 지시에 홍콩 둘로 갈라져
한국에 지지 호소...탄압 맞서 햇살을 마주할 것"

홍콩 독립민주파 소속 오완 리 입법의원

홍콩 독립민주파 소속 오완 리 입법의원


중국 최대 연례정치행사 ‘양회’가 4일 개막한다. 그러자 홍콩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공산당이 ‘애국’을 앞세워 선거제를 바꾸려 하기 때문이다. 홍콩 정부는 충성서약을 거부하면 출마자격을 박탈하기로 했다. 9월 입법회(우리의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재갈을 물릴 심산이다. 지난해 5월 양회를 거쳐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할 때와 똑 닮았다.

홍콩 독립민주파 소속 오완 리(李傲然ㆍ29) 입법의원(구의원)은 1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은 어떠한 반대세력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며 “홍콩의 선거 결과를 통제하기 위해 제도를 바꾸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애국을 강조하는 공산당의 지시에 홍콩 시민들은 양분돼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국민을 향해 “권위주의 정권과 맞서는 홍콩 시민들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하면서 “우리도 광주항쟁처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오완 리는 2019년 11월 홍콩 이공대 점거 사태 당시 대학 집행위원회 학생 대표로서 교내의 처참한 상황을 외부에 알리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입법의원 선거에서 타이콕추이 노스 지역에 출마해 당선됐다.

2019년 11월 홍콩 입법의원 선거에서 타이콕추이 노스 지역에 출마해 당선된 오완 리(가운데) 후보가 길거리 유세 도중 몰려든 유권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콩=김광수특파원

2019년 11월 홍콩 입법의원 선거에서 타이콕추이 노스 지역에 출마해 당선된 오완 리(가운데) 후보가 길거리 유세 도중 몰려든 유권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홍콩=김광수특파원


_시진핑 주석이 “애국자가 홍콩을 통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모든 정부기관을 전적으로 통제하길 원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자신들의 입장에 반대하는 어떠한 세력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공산당은 홍콩 정부조직 내에서 중국에 반대하는 세력이 아무런 직위나 직함을 갖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_홍콩 정부가 ‘입법의원이 기본법과 정부 충성서약을 위반하면 자격 박탈하고 5년간 출마를 금지한다’는 규정을 발표했는데.

“우리의 의석은 유권자와 지지자들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정부가 의원들을 임명한 것이 아니다. 새로운 조례는 의원 자격에 부가적일 뿐 필수적인 조건일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선거 전에 기본법을 지키고 홍콩을 위해 충실하게 봉사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_중국과 홍콩은 왜 이런 규정을 밀어붙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경기 침체로 전 세계가 허우적대고 있지만 중국은 확실히 매우 빠르게 회복했다. 따라서 중국 공산당은 국제사회의 개입이 없을 때 조치를 취하려 한다. 아울러 (내년 3월) 홍콩 행정장관 선거를 치를 예정인데, 민주진영이 전체 대의원 가운데 117명을 차지하고 있어 공산당은 선거 결과에 대한 위험과 불확실성을 피하고 싶어 한다.”

(※홍콩 행정장관(정부수반)은 대의원 1,200명이 간선제로 뽑는다. 이 중 입법의원 몫 117명은 승자독식으로 배분한다. 2019년 선거에서 민주진영이 입법의원 452석 가운데 388석(86%)을 싹쓸이하면서 117명을 선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월 27일 베이징에서 화상 연결 방식으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으로부터 신년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실천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원칙을 강조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지난 1월 27일 베이징에서 화상 연결 방식으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으로부터 신년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실천을 촉구하면서 동시에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 원칙을 강조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_홍콩 시민들은 중국의 압박에 어떻게 대처하나.

“양쪽으로 갈리고 있다. 일부 친정부ㆍ친베이징 성향의 기득권층 지지자들은 호응하며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내세운 중국 공산당의 지시에 따르고 있다. 반면 민주진영 지지자들은 분노를 느끼면서 이런 조치가 입법의원들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직 고민하고 있다. 왜냐하면 선거기간 내내 ‘당선되면 4년 동안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주민들과 약속했기 때문이다. 약속을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홍콩 정부가 입법회 야당 의원 4명의 자격을 박탈한 데 항의해 지난해 11월 민주파 소속 15명이 동반 총사퇴하면서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서 민주진영은 궤멸된 상태다. 입법의원의 경우에도 70여명이 구속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_중국 ‘양회’에서 홍콩 선거제도를 바꾼다는데.

“거듭 말씀드리지만, 중국 공산당은 홍콩의 선거 결과를 확실히 통제하길 원한다. 어떠한 불확실성이라도 사전에 모두 제거하려는 것이다.”

_중국 양회에 대한 홍콩인들의 생각은

“솔직히, 중국 양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홍콩 시민은 그리 많지 않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지미 샴(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민주화 운동 활동가들이 지난달 28일 경찰에 출석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최근 야권 인사 47명을 보안법상 국가 전복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민간인권진선 대표인 지미 샴은 홍콩 입법의원(우리의 구의원)을 겸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지미 샴(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민주화 운동 활동가들이 지난달 28일 경찰에 출석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콩 경찰은 최근 야권 인사 47명을 보안법상 국가 전복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민간인권진선 대표인 지미 샴은 홍콩 입법의원(우리의 구의원)을 겸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_코로나19로 1년 미뤄진 입법회의원 선거가 예정대로 9월에 치러질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많은 후보들이 자격을 박탈당할 텐데 우리가 기대한 선거도, 우리에게 익숙한 선거도 아닌 형태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9월에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이지만, 홍콩 정부가 아닌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그 이전에 선거제도를 바꾸려는 입법 절차를 앞당겨 끝낼 것이다.”

(※홍콩 입법회의원 선거는 70명을 선출한다. 이 중 35석은 지역구별 직선제, 나머지 35석은 직능별로 뽑는다. 민주진영은 2019년 입법의원 선거 압승 여세를 몰아 과반 의석을 노리고 있다. 이를 저지하고자 지역구를 세분화해 야권 후보의 분열과 표 분산을 꾀하는 한편, 직능대표 35석 가운데 입법의원 몫으로 민주진영이 확보한 5석을 무효화하는 게 선거제 개편의 골자로 알려져 있다.)

홍콩 범민주파 입법회(우리의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11월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전인대 결정으로 동료의원 4명이 이날 직을 박탈당하자 항의의 뜻으로 동반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홍콩 의회에서 민주진영은 궤멸됐다. 홍콩=AP 연합뉴스

홍콩 범민주파 입법회(우리의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11월 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하기 전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전인대 결정으로 동료의원 4명이 이날 직을 박탈당하자 항의의 뜻으로 동반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홍콩 의회에서 민주진영은 궤멸됐다. 홍콩=AP 연합뉴스


_홍콩인들이 ‘영국해외시민(BNO)’ 여권을 신청해 영국으로 이주하는데.

“홍콩의 사회ㆍ정치적 여건 때문에 불안감이 커져 시민들이 영국으로 향하고 있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발전, 더 안전한 곳을 향한 열망에서 비롯됐다. 다만 BNO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역사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1개 이상의 여권을 갖고 다른 장소에서 머물 권한을 홍콩인들에게 부여하는 특별한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홍콩인들이 고향을 완전히 버리고 떠나려는 것은 아니다.”

(※홍콩 빈과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정부가 홍콩인에게 발급한 BNO 여권은 31만개로, 홍콩 정부 발급 여권(25만개)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홍콩인들은 BNO 여권을 갱신하기보다 발급비용이 저렴한 홍콩 여권을 선호했지만 보안법 시행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달 22일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홍콩의 제 1호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이날 접종 장면은 홍콩 전역에 생중계됐다. 홍콩=AFP 연합뉴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달 22일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홍콩의 제 1호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이날 접종 장면은 홍콩 전역에 생중계됐다. 홍콩=AFP 연합뉴스


_캐리 람 행정장관이 홍콩에서 가장 먼저 중국산 백신을 접종했는데.

“많은 홍콩인들은 여전히 기다리며 주시하고 있다. 백신 접종은 강제적인 실험과는 다르다. 우리 몸 안에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이다. 시민들은 대부분 독일산 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접종할 것으로 생각한다.”

_한국의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2019년) 송환법 반대 운동과 홍콩 대학들이 주도한 (반중) 시위에 보내준 성원에 감사 드린다. 우리는 여전히 권위주의 정권의 압력과 맞닥뜨리고 있다. 부디 홍콩을 계속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지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간곡히 말씀드리건대, 홍콩 시민들은 광주항쟁 때와 마찬가지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도 곧 햇살을 마주할 것이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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