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활치료 대학병원 편중되고 인지도도 낮아
후천성 장애 초기 재활 집중하면 사회복귀 가능성↑
"치료와 요양에서 재활 강화해 가정 복귀 유도해야"
최근 요양병원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뇌졸중이나 척추 손상 등 질병과 사고로 거동이 불편한 가족이 있어 요양병원 입원을 고려하고 있는 보호자들은 걱정이 많다. 하지만 이중에는 요양병원 보다는 재활병원이 더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보호자들이 의외로 적다. 국내 재활병원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중증질환→요양병원’이라는 잘못된 상식이 넓게 퍼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서 재활치료 전문병원인 청라스퀘어병원을 운영 중인 우재철(56) 원장을 만나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재활병원과 요양병원의 차이를 설명해 달라.
“재활병원은 만성질환 환자 등을 장기간 치료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통해 장애를 극복함과 동시에 가정과 사회로 복귀하도록 돕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사고로 인한 외상, 관절이나 척추 손상, 뇌졸중 후의 편마비, 암수술 후 회복 등을 위해서 강도 높은 훈련과 치료를 통해 환자의 신체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재활병원의 역할이다.
반면에 요양병원은 만성질환자 및 노인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장기간의 요양, 돌봄, 그리고 입원과 치료를 목적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이다.
가정에서는 환자의 대소변 처리나 욕창관리, 식사, 영양, 위생, 간호 등을 포함한 간병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노인성 질환이라면 요양병원을 가야하나 재활병원을 가야하나?
“우선 이렇게 구분하면 좋을 것 같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는 수술과 처치 중심의 급성기 치료를 담당한다. 그 다음 재활의료기관에서 후유증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회복기 재활치료를 담당하는 것이다. 이후 가정이나 사회로 복귀가 가능한 환자는 일상복귀를 도모하지만, 그렇지 않고 장애가 고착화돼 독립적인 생활이 어렵다거나 돌봄이 필요한 환자에 대해서는 요양병원에서 돌보는 체계가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따라서 재활치료를 담당하는 병원은 노인 환자라 할지라도 신체 기능을 향상시키고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관점에서 재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더욱이 노인성 질환은 쉽게 완치되기 어렵고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영구적인 장애를 남길 가능성이 높다. 환자나 보호자들도 남은여생을 어떻게든 활발하고 활동적으로 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재활치료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국내 재활병원 현황은?
“국내 보건복지부 지정 재활의료기관은 대학병원 등 대형 병원을 제외하고 45곳으로 매우 부족한 편이다. 국내 한 의료진의 연구결과를 보면 뇌졸중으로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후 통원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중 약 62.8%가 계속해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당연히 그 외의 의료기관을 통한 재활치료 수준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또 재활치료와 관련된 사회복지서비스를 알고 있거나 이를 이용하고 있는 환자비율은 40.8%에 불과했다.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서는 이동의 어려움(39.6%)이 가장 높았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대학병원에 대한 재활치료의 의존 수준을 낮출 수 있도록 지역별 재활병원의 구축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재활병원의 확충에 더해 환자들의 이동을 지원하는 교통 서비스 확대도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활병원 활성화가 안 되는 이유는?
“크게 보면 우리나라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등에서 수술·처치 중심의 급성기 치료를 담당하는데, 이후 집으로 바로 퇴원하기에는 불안할 때가 많다. 이때 환자나 보호자들은 퇴원 후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요양병원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대부분이 '병원→요양병원'으로 이동하는 진료체계에 익숙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사고나 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후천적 장애는 적절한 재활의료가 초기에 개입돼야 한다. 재활의료의 전문성과 집중도가 높아질수록 장애를 극복하고 신체 기능을 더 많이 회복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실상은 재활병원에서 회복기 치료를 담당하는 구조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 보니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영구적인 장애와 함께 여생을 보내는 분들이 많다. 재활치료를 통해 후유증을 회복하고 활동적으로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몰라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재활병원 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많을 것 같다.
”외상이나 질환을 앓고 난 후, 후유증이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혹은 1년 이상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급성기 의료기관에서는 입원 후 2~3주가 지나면 퇴원하라는 강요를 받기 일쑤다. 이는 장기입원 환자가 많을수록 병원에 불리한 ‘입원료 수가 체감제’가 원인일 수 있는데, 입원기간이 일정 기간을 넘기면 차후 병원이 받게 될 진료수가가 삭감되는 제도다. 대학병원은 대기 환자가 많아 장기 입원이 어렵다는 점도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로 상당수의 환자는 일반병원을 거치고 거치다 요양병원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재활치료를 전문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의료기관에서 후유증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치료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재활난민’을 줄이고 적극적인 재활치료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재활전문병원이 보다 많이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재활치료가 나가야 할 방향은?
”환자가 병원을 떠나 집에서도 편안하고 활동적으로 지낼 수 있도록 신체적?정신적 기능을 하루 빨리 회복시켜주는 것에 목표를 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학병원에서 집중적인 치료가 끝나고 난 뒤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해 하는 경우가 다수다. 집으로 바로 갈 수도 없어 이 병원 저 병원을 다니다가 결국 시간만 허비하는 환자가 꽤 많다. 이는 의료시장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상당히 비효율적인 현상이자 이에 지출되는 의료비용도 상당하다. 때문에 급성기 치료와 요양으로만 구분된 현재의 의료시스템을 보완해 전문재활치료를 거친 다음에 가정이나 사회로 복귀하도록 하는, 재활전문병원의 역할이 보다 강화된 구조로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
아울러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과 같이 사회로의 건강한 복귀를 돕기 위해 의료와 돌봄 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지역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퇴원 환자들이 지역사회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복지, 의료 등의 자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케어시스템이 정착된다면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돌봄이 필요한 환자나 노인들이 기존에 살던 곳에서 계속 생활하면서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도록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 다양한 의료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누리면서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장점이 크기 때문에 커뮤니티 케어 시스템의 긍정적인 효과가 많이 나타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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