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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에 막말하고 피해자 코스프레?"... 독일 아미들 투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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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에 막말하고 피해자 코스프레?"... 독일 아미들 투쟁은 계속된다

입력
2021.03.02 10:00
수정
2021.03.0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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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비난한 마투시크 "BTS라 비판한 거 아냐" 해명
독일 아미들, "진정성 없다"며 비판 계속
'#독일매체인종주의' 해시태그 전파 운동 펼쳐
아시아인들 보호 단체 '코리엔테이션' 모금 나서기도

지난달 23일 'MTV 언플러그드'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달 23일 'MTV 언플러그드'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전 세계적 인기 속에 활동 중인 한국 보이밴드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향한 한 독일 라디오 진행자의 '인종주의 공격'이 유명 음악가와 음악 전문 매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방송국과 진행자가 '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며 사과했지만, 여전히 문제의 표현이 인종주의라는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기 떄문이다.

독일의 아미(방탄소년단 팬)들은 '독일 매체 인종주의'라는 새로운 해시태그(#)를 꺼내 들었다. 이들은 "이 사건이 인종주의 문제를 담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비백인(People of Color) 집단과 연대하겠다"며, 독일 내의 '아시아 혐오'를 다루는 매체를 돕기 위해 모금 운동도 벌이고 있다.


마투시크, '사과' 한다고는 했지만


독일의 방탄소년단 팬 계정이 '독일 매체 인종주의' 해시태그를 홍보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독일의 방탄소년단 팬 계정이 '독일 매체 인종주의' 해시태그를 홍보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독일과 미국의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 '아미'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을 통해 '#독일매체인종주의(Rassimus_DeutscheMedien, Racism_GermanMedia)' 확산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 운동은 앞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독일의 지역 라디오 방송사 바이에른3에 출연한 진행자 마티아스 마투시크가 BTS를 향해 인종주의적 비난을 하면서 시작했다.

마투시크는 BTS가 'MTV 언플러그드'에 출연해 자신이 좋아하는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픽스 유'를 불렀다는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빗대고 "북한에서 휴가를 보내야 한다"는 표현을 썼다.

논란이 번지자 마투시크는 사과할 뜻을 내비쳤지만 팬들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마투시크는 '버즈피드 독일'과 인터뷰에서 "밴드의 국적은 중요하지 않다"며 "독일인 보이밴드가 콜드플레이 노래를 불렀어도 싫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이 BTS 팬덤의 위력을 낮게 평가했지만, 인종주의자라는 공격은 "음악 산업의 돈벌이를 좇는 이들"이 자신의 표현을 왜곡했기 때문에 생겼다고 말했다. 인종주의라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당초 '바이에른3인종주의'로 시작된 해시태그가 독일 매체 전반으로 퍼진 것은 독일 언론이 이 사건을 다룬 태도 때문. 독일 언론들이 해당 사건을 "팬들이 분노해 마투시크가 인종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팬들 때문이라는 식으로 다루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음악 전문 매체들이 이 사건을 '전형적 인종주의'로 보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독일의 한 BTS 팬 계정(@BTS_UPDATES_GER)은 해당 해시태그를 홍보하면서 독일 내 아시아인 혐오를 지적하는 운동 단체들을 위한 모금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독일 아미들이 지원하기로 마음 먹은 단체가 코리엔테이션(Korientation)이다.

코리엔테이션은 2008년 한국계 독일 이민자들이 주도적으로 세운 단체다. 독일 내 아시아계 이민자 조직으로서, 지난해 1월부터 코로나19 확산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각해진 미디어를 비판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마투시크 사건은 이들이 스크랩한 '미디어의 아시아 혐오' 목록의 마지막에 자리잡고 있다.


미국선 "마투시크, 제대로 된 사과 아니다"


미국 아티스트 할시가 방탄소년단에 대한 인종주의 공격을 비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아티스트 할시가 방탄소년단에 대한 인종주의 공격을 비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의 아티스트와 매체들의 분위기는 '독일 언론'과 사뭇 다르다는 게 아미들의 반응이다. 미국 내 곳곳에서 마투시크가 적절히 사과하지 않았다며 강도 높은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BTS 팬을 자처하고 공동 작업을 했던 세계적 싱어송라이터 할시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마투시크의 표현을 읽고 공포를 느꼈다"며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익살스런 유머인 양 가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증오 발언과 폭력 행동이 거세지는 지금 무책임하고 역겨운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마투시크가) BTS와 전 세계 아시아 공동체에 더 제대로 사과하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시 BTS의 팬으로, 이들의 세계 팝 시장 진출을 지지해 온 DJ 스티브 아오키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라디오 진행자 마티아스 마투시크가 내 형제들(BTS)은 물론 대중을 상대로 증오와 인종주의 발언을 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방탄소년단의 편에 서서, 어떤 형태로든 증오와 편견을 확산하는 것을 막고자 한다"고 했다.

미국의 음악 산업을 주로 취재하는 언론인인 브라이언 롤리는 잡지 '포브스' 기고를 통해 "마투시크의 행동은 새롭지 않다"며 "지난 몇 년 동안 BTS는 (마투시크와) 비슷한 형태의 농담으로 위장한 인종주의적 비난을 받아 왔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투시크가 "인종 차별 발언을 한 뒤, 자신을 향한 정당한 비판을 못 본 척 시치미를 떼고, 지적을 당했을 때 피해자인 척 하다가, 성의없는 사과를 내놓는 전형을 따랐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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