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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닭으로 ‘호랑이 낚시’, 또 불거진 中 관람객 동물학대

입력
2021.03.07 13:30
수정
2021.03.07 19: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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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둥성 동물원, 낚시에 닭 매달아 호랑이 유인
"안전불감증, 블랙리스트에 올려라" 비판 거세
동물원 "관람객이 생닭 가져와" 책임 모면 급급
지난해 4월, 윈난성서 '유료' 호랑이 낚시 적발도

중국 산둥성의 한 동물원에서 지난달 14일 호랑이가 관람객이 낚싯대에 매단 생닭을 잡아채려 뛰어올랐다가 중심을 잃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있다. 페이디엔 웨이보 캡처

중국 산둥성의 한 동물원에서 지난달 14일 호랑이가 관람객이 낚싯대에 매단 생닭을 잡아채려 뛰어올랐다가 중심을 잃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고 있다. 페이디엔 웨이보 캡처


동물원 관람객이 높은 난간 위에서 호랑이 우리 안으로 낚싯대를 드리운다. 낚싯바늘에는 생닭이 걸려 있다. 닭이 날갯짓을 하며 파닥거리자 밑에서 어슬렁대던 호랑이가 뛰어오른다. 하지만 먹잇감을 낚아채지 못하고 공중에서 중심을 잃고는 바닥에 몸통부터 떨어진다. 허탕을 친 호랑이는 입맛을 다시며 주위를 계속 맴돌고 몰려든 사람들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자리에서 떠날 줄 모른다. 동물원 안전요원은 온데간데없고, 관람객 누구도 제지할 생각이 없는 듯 옆에서 부추기며 호랑이를 희롱하는 낚시를 함께 즐기고 있다. 지난달 14일 중국 산둥성 웨이팡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시 동북호림원에서 설원 위를 힘차게 내달리는 백두산호랑이.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시 동북호림원에서 설원 위를 힘차게 내달리는 백두산호랑이. 한국일보 자료사진


당시 장면을 담은 영상이 중국 인터넷에 올라오자 비판 여론이 거셌다. “안전불감증의 극치다”, “영물(靈物)인 호랑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하느냐”, “낚시를 주동한 남성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사회에서 매장해야 한다” 등 성토가 쏟아졌다. 화살은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동물원으로 향했다. 관람객이 생닭을 동물원에 가지고 들어오도록 방치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네티즌은 “배달 음식도 동물원에서 틀어막는데 낚싯대와 생닭이 웬말이냐”며 비아냥댔다.

하지만 동물원은 동문서답하며 논점을 피해갔다. 동물원 관계자는 “검사 결과 호랑이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며 “우리는 살아있는 먹이로 동물을 유인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의 닭은 관람객이 직접 가져온 것”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그리고는 “동물에게 음식을 함부로 먹이거나 해를 끼치는 야만적 행위들을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추가 설명도,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도 없었다. 중국 텅쉰왕은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할 악취미”라고 전했다.

중국 윈난성 야생동물원에서 수년간 운영하다 지난해 4월 적발돼 철퇴를 맞은 유료 '호랑이 낚시' 프로그램. 관람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에 비춰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웨이보 캡처

중국 윈난성 야생동물원에서 수년간 운영하다 지난해 4월 적발돼 철퇴를 맞은 유료 '호랑이 낚시' 프로그램. 관람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에 비춰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웨이보 캡처


중국에서 ‘호랑이 낚시’가 문제가 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윈난성 야생동물원에서 1회당 최대 8,500원의 돈을 받고 이 같은 프로그램을 수년간 운영하다 지난해 4월 적발돼 물의를 일으킨 전례가 있다. 현장 사진을 보면, 관람객들이 3m 높이 난간에서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에 고깃덩이를 달아 우리 아래로 늘어뜨려 호랑이들을 마치 물고기인 양 이리저리 유인하고 있다.

‘동물학대’ 비난이 일자 동물원 측은 “일반 낚싯대와 달리 금속 갈고리가 없어 호랑이가 미끼를 물어도 괜찮다”면서 “현장에 전문요원이 상주하고 있어 관람객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문을 닫아야 했다. 왕팡(王放) 상하이 푸단대 생명과학원 연구원은 펑파이에 “동물을 인간의 놀림감으로 삼는 슬프고도 우스꽝스런 장면”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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