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단안'(어차피 단일화는 안철수)이냐, '이단망'(이대로 단일화는 망한다)이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기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1일 제3지대 후보로 선출된 안 대표가 국민의힘을 향한 '단일화' 압박을 이어가자, 김 위원장도 이에 맞불을 놓으면서다. 선수로 직접 뛰는 안 대표뿐 아니라 감독으로 선거를 지휘하는 김 위원장도 이번 후보 단일화 결과가 정치적 명운을 가르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단안' 안철수의 이유 있는 자신감
국민의힘과 최종 단일화를 기다리고 있는 안 대표는 자신감이 넘친다. 국민의힘이 연일 "기호 2번이 아니면 선거운동 지원이 불가능하다"고 압박해도 안 대표는 "2번이든 4번이든 야권 단일후보는 두 번째 후보고, 선출된 후보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맞다"고 받아친다.
안 대표의 자신감엔 이유가 있다. 단순히 여론조사상 우위 때문만은 아니다. 선거 승리를 원하는 국민의힘 내부 여론이 안 대표에게 나쁘지 않게 흐르고 있다. 2일 안 대표 측 관계자는 "국민의힘 의원들과 비공개로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며 "야권이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소장파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안 대표를 지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안 대표의 입당 문제에 대해선 찬반 의견이 나뉜다"면서도 "(누가 후보가 되든) 상처 없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진 의원 일부에서도 안 대표 지원사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내부 회의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일부 중진들이 "안 대표에 대한 비난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안 대표 스스로도 무소속 홍준표 윤상현 의원 등을 연결고리로 국민의힘 내부 인사들과 접점을 넓히며 세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보선 이후 야권 재편이라는 큰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하는 상황이라서 안 대표와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단망' 김종인의 논리 있는 위기론
국민의힘을 이끌고 있는 김종인 위원장은 내부를 향해 연일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내가 보궐선거 이전에 사라질 수 있다"고 한 발언도 "본인이 사라질 수 있다기 보단 당이 사라진다는 의미"라는 게 측근의 해석이다.
김 위원장 위기론도 최근 흐름과 무관한 게 아니다. 내부적으로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 안 대표와 겨룰 만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비대위원은 이날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더불어민주당과 야권 단일 후보의 양자 구도에서는 안 대표나 나 전 의원, 오 전 시장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다"며 "선거 구도가 인물 경쟁보다 정권심판론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에서 안 대표에게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단일화 그림이 그려질 경우,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이탈하고, 이는 결국 본선 패배로 갈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 우려다. 실제 김 위원장은 이날 "현재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은 진짜 지지율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들의 선택도 포함돼 있다"고 '역선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안 대표를 겨냥해서도 "제3지대 후보로 단일화가 돼선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만나러 온다면 만나기야 할 것"이라며 "야권 단일화가 안 된다는 걸 생각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는 '필수'라는 얘기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단일화 협상 결과에 따라 김 위원장과 안 대표 중 한 명의 정치적 운명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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