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반대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윤 총장은 이틀 연속 언론 인터뷰에 이어 3일 대구고·지검 방문 자리에서도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가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불가 입장을 밝혔다. 총장직을 걸고라도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막으려는 의도겠지만 여론전에 골몰하는 것 같은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윤 총장은 ‘민주주의 퇴보, 헌법정신 말살’ 등 특유의 거칠고 강한 표현으로 중수청 설치와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시 문제점과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데 일단 성공한 듯하다. 반부패 수사 역량 저하, 그로 인한 국민 권익 침해와 법치주의 퇴보를 거론한 그의 발언은 논쟁적이나 경청할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상 선을 넘는 건 부적절하고 위험하다.
현재 중수청 설치 문제는 민주당 내 검찰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 중이다. 중수청의 권한과 책임의 범위를 확인할 법안 초안은 성안도, 공개도 안 된 상태다. 민주당은 현재 거론되는 법안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제출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당론으로 추진할 특위 법안은 좀 더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 발의한다는 것이 민주당 내부 기류다.
그렇다면 윤 총장은 여론의 힘으로 여당을 압박해 정당한 입법 권한 행사 시도를 막는 행위는 중단하는 게 옳다. 윤 총장이 계속 전면에 나서 중수청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 정치적 행위로 비칠 뿐이다. “소신을 밝히려면 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처신하라”고 한 정세균 국무총리의 일갈은 이런 우려를 담아 윤 총장에게 공직자로서의 본분을 잃지 말라는 경고다.
윤 총장이 지금 집중해야 할 일은 다가올 국회 입법의 시간에 차분히 대비하는 것이다. 중수청 문제가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만큼 이제는 검찰의 반대 입장과 논거를 다듬고 정리해 여당과 국회 설득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존중하고 수용하는 것이 진정한 법치주의자, 헌법주의자로서의 자세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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