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조류 충돌로 가장 많이 죽는 멧비둘기
편집자주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저는 멧비둘기입니다. 농경지나 공원 등에서 나무열매, 볍씨, 씨앗을 주로 먹고 사는 한반도 텃새이지요. '닭둘기'라 불리며 천덕꾸러기가 된 집비둘기와는 다른 종인데요, 최근에는 도심에서도 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제가 건물 유리창이나 투명방음벽 등에 충돌해 죽는 새 가운데 가장 많은 종인 것 알고 계셨나요? 연중 번식을 하기 때문에 개체수가 많은 것도 원인이고요. 또 이른바 '조류 로드킬'이 숲이나 들판에 있는 건물 유리창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제 서식지와도 겹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매, 수리부엉이, 긴꼬리딱새 등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국내에서 연간 800만마리의 새가 충돌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환경부는 최근 방음시설을 설계할 때 생태적 측면을 고려하는 의무조항을 신설하고,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문양이 들어간 방음판을 사용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기준' 일부 개정안을 고시했습니다. 경기도는 이달 공모를 통해 투명방음벽이 설치된 도로를 선정해 시설을 개선하고, 현장에서 야생 조류 충돌 현황을 조사하는 시민 모니터링단도 모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조류의 희생을 막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방음벽보다 일반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국립생태원 조사 결과 건축물에 부딪혀 죽는 조류는 연간 765만마리로 방음벽에 충돌하는 사례(23만마리)를 30배가량 웃도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나라 건축물 720만동 가운데 공공건축물 비율은 20%, 민간건축물은 80%가량 된다고 합니다. 공공건축물은 창에 높이 5㎝, 폭 10㎝ 간격으로 무늬를 넣도록 하는 등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민간 부문에는 이를 강제화할 수 없는데요.
숲이나 들판 근처 4층 이하 전원주택이나 펜션에서 조류 충돌이 많이 일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이에 대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이들 건물에서 새들이 많이 충돌하는 이유는 4층 정도 되는 높이의 나무에 머무는 새가 같은 높이로 이동하면서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조류 충돌을 연구해 온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장은 공공 부문의 개선과 함께 조류 충돌 관련 교육, 홍보를 통해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는데 이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조류 충돌이 발생하는 유리창에 촘촘히 스티커를 붙이거나 긴 줄을 늘어뜨리는 방법도 있고요, 조류 충돌이 일어난 지점과 새 종류를 기록하고 모니터링하는 작업에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2012년부터 지난 1월까지 시민들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수집한 조류 충돌 피해 수만 약 1만9,000마리에 달하는데요. 정부가 조류 충돌 저감 방안을 세우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고 합니다.
방음벽, 유리창 모두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시설입니다. 시설을 세우지 말자는 게 아니라 조금만 신경쓰면 불필요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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