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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으로 세상 떠난 권승민군 母 "피해 학생들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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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으로 세상 떠난 권승민군 母 "피해 학생들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해"

입력
2021.03.04 15:00
수정
2021.03.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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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세상 떠난 권승민군 어머니 임지영씨?
"피해 당시 진심으로 사과 받았다면 어땠을까"
"학폭 피해자 위한 상담센터 전국에 한 곳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윤리센터를 방문해 최근 불거진 프로 스포츠 선수 학교 폭력 사건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윤리센터를 방문해 최근 불거진 프로 스포츠 선수 학교 폭력 사건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온라인에서 스포츠 스타, 연예인 등 유명인을 향한 학교 폭력(학폭) 피해를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일명 학폭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터지고 있는 가운데 10년 전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세상을 울렸던 고 권승민군의 사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권군의 어머니 임지영씨는 학폭 미투에 대해 "학폭 발생 당시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임씨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현재 학폭 미투가 터지는 것을 두고 "학교 다닐 때 그 피해를 입었던 학생들이 피해를 인정받고 진심으로 사과를 받고 해결됐으면 지금 와서 학폭 미투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 의혹이 불거졌던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다영(왼쪽)·이재영 선수는 SNS를 통해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이후 스포츠 스타·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학폭 미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연합뉴스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 의혹이 불거졌던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다영(왼쪽)·이재영 선수는 SNS를 통해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이후 스포츠 스타·연예인 등 유명인들의 '학폭 미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연합뉴스

임씨는 "그런데 그때 제대로 해결되지 못해 피해자들은 계속 가슴 속에 쌓여 있는 것"이라며 "자기는 잘못한 것도 없이 정신적·육체적·금전적으로 피해를 입었는데 그 가해자들은 별로 처벌도 받지 않고, 처벌을 받더라도 경미한 것이고, 지금 너무 잘돼 있다거나 유명한 선수거나 TV에 나온다거나 이렇게 되면 너무 화가 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학폭 피해자들이 남이 잘되는 것 보고 질투나서 그러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는 질문에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제 와서 익명에 기대어 저렇게 얘기했을까 싶다"며 "저 아이들은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했을까 싶어서 가슴이 아프다"고 언급했다.


"승민이 세상 떠난 지 10년...여전히 학폭 문제 제자리"

서울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경찰관이 학생들의 일탈행위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의 한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경찰관이 학생들의 일탈행위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임씨는 권군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피해자들을 위한 대책들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로 가해 학생들이 혜택을 보는 경우도 많다"면서 "가해 학생들을 상담하고 격리시키는 장소가 (학교 내) 상담실인데, 이렇게 되면 정작 피해 학생은 오히려 (따로) 개인적으로 상담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임씨는 "피해 학생이 보호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시간과 돈을 들여 개인적으로 치유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가 어떻게 회복되고 어떻게 복귀하느냐에 주안점을 두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그는 피해자들을 위한 치유센터가 국내에 하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씨는 "대전에 '해맑음센터' 하나인데, 원래 (고 권승민군 사건 이후) 당시에 지역마다 만들겠다고 했지만 결국 하나로 끝났다"고 말했다.


"아들 꿈은 개그맨·검사였는데..."

2012년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숨진 고 권승민군의 어머니 임지영씨가 아들의 책상에 앉아 유품을 정리하고 있다. 대구=정광진기자

2012년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숨진 고 권승민군의 어머니 임지영씨가 아들의 책상에 앉아 유품을 정리하고 있다. 대구=정광진기자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된 현재 임씨는 가해 학생들에 대한 마음도 털어놓았다. 그는 "가해 학생 2명은 징역 2, 3년 처벌을 받았는데, 그 이후에는 소식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임씨는 '혹시 성인이 된 가해 학생들이 찾아와서 사과하진 않았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 궁금은 하다"면서도 "그런데 마음이 두 갈래인 것이, 아예 몰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당시를) 떠올리기 싫으니까 그렇고, 그래도 아이들이 나와서 열심히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달 25일이 권군의 생일이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아들의 꿈이 어렸을 때 계속 바뀌었는데 처음엔 개그맨이 되고 싶다고 했었다"며 "노래도 좋아하고 춤도 잘 추면서 개그맨이 되겠다고 그랬다"고 회상했다.

이어 "나중엔 검사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나쁜 놈들을 처리해 줄 수 있는 검사가 돼보겠다고 했었다"며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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