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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의혹' LH 직원들, 형사 처벌에 토지 몰수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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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 의혹' LH 직원들, 형사 처벌에 토지 몰수도 가능

입력
2021.03.05 00: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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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방지법·공공주택특별법 위반 가능성
업무관련성 입증 및 비밀 지정 여부가 핵심
법조계 "신도시 부서 아니라 처벌 힘들 수도"
"공직자윤리법에 처벌 규정 없어 보완 필요"

3일 오후 경기 시흥 과림동에 LH 직원들이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토지에 향나무 묘목이 심어져 있다. 이승엽 기자

3일 오후 경기 시흥 과림동에 LH 직원들이 매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토지에 향나무 묘목이 심어져 있다. 이승엽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정부의 3기 신도시 발표 정보를 이용해 사전 투기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 앞장서야 할 주택공기업 직원들이 불법 투기에 앞장섰다는 비난이 비등한 가운데, 해당 직원들이 경찰 수사를 통해 형사 처벌을 받을 것인지, 처벌 수위는 어느 정도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전날 LH 임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을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및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의무 위반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 대표를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앞서 최초로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관계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조만간 진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붙일 계획이다.

업무관련성 입증이 핵심

경찰이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발표 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 땅을 사들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의 모습. 뉴시스

경찰이 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정 발표 전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대 땅을 사들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했다. 사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의 모습. 뉴시스

법조계에서는 LH 직원들에 대한 경찰 수사의 핵심으로 △신도시 후보지 지정 및 정보와 이들 업무 관련성 △신도시 정보가 '비밀'로 적정관리됐는지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느냐를 꼽는다. 특히 토지 매입 과정에서 비밀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게 드러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는데 이견은 없다.

현행 부패방지법은 공직자가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도 명시하고 있다. LH는 공공기관으로, 직원들은 공직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게다가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은 몰수 또는 추징한다는 처벌 조항도 함께 두고 있어 매입한 토지 자체의 몰수도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LH 직원들이 이용한 신도시 정보가 비밀이 아니어도 업무 중 알게 된 사실, 즉 업무관련성이 입증된다면 공공주택특별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 공공주택특별법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의혹이 제기된 직원 모두 신도시 관련 부서 근무자가 아닌 것으로 확인된 데다, 대부분 광명·시흥을 담당하는 LH 인천본부가 아닌 경기·서울지역본부 등에 근무했다는 점에서 직접 관련 업무로 보기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해당 직원들 역시 업무 관련성 등을 강하게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참여연대 등은 이들의 토지 매입이 2019년 5월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발표에서 광명·시흥이 탈락한 직후인 2019년 6월~2020년 6월 사이 1년간 집중됐고, 대출 규모가 크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전에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선 경찰서 수사과 관계자는 "내부정보를 건너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엔 처벌 규정 없어... 입법 보완 시급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 의무 위반 여부를 따져볼 수도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공직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 안되며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거나, 타인으로 하여금 부당하게 사용하게 해서도 안된다. 다만 공직자윤리법상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선 처벌 규정이 없어, 내부 징계만 가능하다.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장은 "이런 행위가 자본시장에서 일어났다면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행위로 1년 이상 징역뿐 아니라 투기 이익의 3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대 범죄"라며 "현행법은 공직자 부동산 투기에 대해 너무 관대하다"고 지적했다.

보상금을 노리고 신도시 지정 후 급하게 향나무 묘목 수천개를 심거나, 1년 전 논을 갈아엎고 그 자리에 버드나무를 심은 뒤 방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지법 위반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직원들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했을 뿐, 실제 농사를 지을 목적은 없었던 정황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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