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지린 이어 충칭서도 '아내 접근 금지령'
남편 19.9%, 아내 22.9% "가정폭력 피해" 응답
평균 35회 폭행 당해야 경찰 신고, 인식 바꿔야
중국 충칭에 사는 남편 자오(趙)씨와 아내 가오(高)씨는 28세 동갑내기다. 지난해 1월 결혼해 그 해 11월 딸을 낳았다. 하지만 단란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가오씨는 출산 후 말과 행동이 거칠어지고 의심이 부쩍 늘었다. 함께 사는 시어머니와도 말다툼이 잦았다.
급기야 고부간의 싸움을 말리던 남편에게 흉기를 휘둘러 경찰이 출동해 경고하고 돌아가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가오 씨가 재차 칼부림을 했고, 남편은 머리와 어깨를 다쳤다. 아내의 구타와 폭력을 견디지 못한 남편은 량핑 인민법원에 접근 금지명령을 신청했다. 병원 진단서, 경찰 보고서 등을 검토한 재판부는 남편의 손을 들었다. 인구 3,235만명으로 중국 도시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충칭에서 가정폭력 때문에 남편의 신변보호를 인정한 첫 사례다.
중국 부녀연합회와 국가통계국이 2018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남성의 19.9%, 여성의 22.9%가 크고 작은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가해자=남편’이라는 틀에 박힌 공식이 깨진 셈이다. 중국이 2016년 3월 시행한 첫 가정폭력방지법은 ‘가족간 구타, 구속, 상해, 자유 제한, 잦은 욕설, 협박 등 온갖 신체적ㆍ정신적 가해행위’를 가정폭력으로 규정했다. 아내가 남편을 때리는 것도 포함된다는 의미다.
앞서 2016년 12월 베이징에서 법원이 피해 남성을 상대로 첫 접근금지 명령을 내렸다. 2019년 11월 동북부 지린성에서도 같은 판결이 나왔다. 중국 법조계는 “남성이든 여성이든 자신의 신변안전이 침해되는 경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매맞는 아내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베이징 시민단체인 가정발전서비스센터가 320건의 가정폭력 사건을 분석해 1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320건의 법원 판결에서 여성 피해자 비율이 90%에 육박했다. 하지만 실제 피해가 인정돼 남편이 처벌을 받은 경우는 30%에 불과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2016년 가정폭력방지법 통과 이후 지난해까지 발령한 신변보호 명령은 7,918건에 달한다.
가정폭력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는 점도 문제로 드러났다. 평균 35회의 폭행을 당한 뒤에야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징 사범대는 2019년 보고서를 통해 “가정폭력을 당해도 고작 25%만 외부에 신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4일부터 열린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에서는 “110 경보시스템(우리의 112 신고)에 가정폭력을 별도 항목으로 분류해 정보를 등록하고 공안기관이 실시간 현황을 관리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만큼 가정폭력을 관련법에 적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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