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호재 알고 기획부동산 투기 의혹
"공무원 투자·정보 유출 여부 파헤쳐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부 직원들의 경기도 시흥·광명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고양 창릉지구에서도 여러 건의 투기 정황이 드러났다. 3기 신도시로 발표되기 직전 지구 인근 상당수 토지가 수십명의 공유지분 방식으로 거래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정부가 사전 투기 의혹에 대한 전수조사를 3기 신도시 전체로 확대키로 결정함에 따라, 공무원 연루 여부가 드러날 지 주목된다.
5일 고양시 토지거래내역 현황에 따르면 2019년 5월7일 3기 신도시 입지로 발표된 창릉지구(813만㎡) 인근에서 상당수 토지가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거래됐다. 매매는 주로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1,2년 전에 이뤄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홍규 고양시의회 부의장이 2017~2019년 창릉지구 인근 토지거래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찾아냈다.
지분 쪼개기 투자 사례는 창릉지구와 1㎞ 정도 떨어진 곳에서 광범위하기 이뤄졌다. 지분 쪼개기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100여명이 한 개 필지를 매입한 뒤 지분을 나눠 비싼 값에 되파는 수법이다. 자연녹지지역(임야)인 덕양구 동산동 5xx번지(면적 4,918㎡)의 경우 2018년 8월 거래됐는데, 14명의 공유지분으로 돼있다. 지분당 매입금액은 2,100만원에서 많게는 1억3,000만원이 넘는다. 또 다른 임야인 덕양구 항동동 7xx번지(9,124㎡)는 2018년 상반기에 42명이 공유지분으로 사들였다. 매입금액은 1인당 500만원에서 많게는 3억원이 넘는다. 이 토지는 공유지분자 수로 나누면 1인당 소유 토지는 217㎡에 불과하다. 또 다른 임야인 덕양구 용두동 4xx번지(2만9,811㎡)도 25명이 2018년 5월 전후로 700만~3,900만원을 내고 공유지분 방식으로 사들였다.
한 개 필지 공유지분자가 70명에 달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덕양구 항동동 3xx번지(1만706㎡)의 경우 2018년 4월~2019년 3월 거래됐는데, 70명이 지분을 나눠 매입했다. 매입금액은 1인당 400만원에서 많게는 1억 1,000만원에 달했다. 이들 사례를 포함해 창릉지구 인근 토지가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된 사례는 10여건에 달한다. 3기 신도시로 선정되면 광역교통개선대책 등의 개발호재로 인근 토지가격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이홍규 부의장은 “기획부동산의 전형적인 투기 행태가 곳곳에서 발생했다”며 “3기 신도시 지정과 관련한 정보가 사전에 기획부동산으로 흘러 들어갔을 정황이 짙은 만큼 이번 전수 조사과정에서 공무원 투자 여부 및 정보 유출 여부를 파헤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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