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장례식 이튿날 총 들고 공동묘지 난입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19세 여성의 시신이 장례식 직후 도굴당했다. 사망 원인을 제대로 밝히겠다는 이유를 댔지만 사인을 조작할 것이라는 예측이 크다.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 5일(현지시간) 오후 군인들이 들이닥쳐 지난 3일 쿠데타 반대 시위 때 경찰이 쏜 실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차이신의 시신을 도굴해갔다고 6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매체는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와 공동묘지 입구를 봉쇄한 뒤 직원에게 총을 겨누며 시신을 가져 갔다"고 덧붙였다. 차이신의 장례식은 앞서 4일 대규모로 거행됐으나 군부가 장례식 바로 이튿날에 이와 같은 행각을 저지른 것이다
군사정부가 운영하는 신문들은 “차이신이 실탄을 맞았으면 머리가 망가졌을 것”이라며 “경찰의 무기에 의해 부상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이날 보도했다. 그러면서 관련 당국이 차이신 사망의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부의 시신 도굴을 두고 사인 조작을 위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군부는 지난달 9일 수도 네피도 시위 현장에서 처음으로 경찰의 실탄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열흘 만에 숨진 먀 트웨 트웨 킨의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당시 국영 신문은 “부검 결과 킨의 머리에서 납 조각이 발견됐고, 이는 경찰이 쓰는 탄환과 다르다”면서 “일부 다른 외부 세력이 사용한 무기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군경의 책임을 시위대에 떠넘기는 발언이어서 사회적 공분을 불러 일으키는 발언이었다.
한편 차이신은 사망 당시 ‘모든 것이 잘 될 것(Everything will be OK)’이라는 문구가 적힌 상의를 입고 있어 군부 쿠데타에 맞서는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태권도를 배우며 댄서로 활동하기도 했던 차이신은 시위 참여에 앞서 죽음까지 각오한 듯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혈액형, 비상 연락처와 함께 ‘시신을 기증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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