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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순간' 잡은 윤석열에 묻힐라… 웃을 수 없는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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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순간' 잡은 윤석열에 묻힐라… 웃을 수 없는 국민의힘

입력
2021.03.09 04:30
수정
2021.03.09 07: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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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1년, '반문 상징성' 독점 尹 급등
'국민의힘 사람' 여부에는 물음표 여전
4·7 보선 따라 양측 관계 변화 가능성도

김종인(오른쪽)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배우한 기자

김종인(오른쪽)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배우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제20대 대통령선거(내년 3월 9일)를 1년 앞두고 보수진영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그간 유력한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꼽혀 왔지만 사퇴 후 첫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0%를 돌파하며 여야를 통틀어 1위로 수직 상승하면서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맞서 온 윤 전 총장은 '반문(反文) 세력의 상징성'을 독점하며 명실상부한 범보수 야권의 선두주자 지위를 굳힌 셈이다.

그러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마냥 좋은 표정을 지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권 교체'라는 공동 목표를 감안해 반가운 기색도 엿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윤 전 총장을 '국민의힘 사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탓이다. 윤 전 총장이 야권 주자로 우뚝 설수록 국민의힘 잠룡은 존재감을 잃을 가능성도 고민거리다.

검찰총장 사퇴 후 단숨에 대권주자 1위

윤 전 총장 사퇴의 정치적 파급력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윤 전 총장 사퇴 다음날인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23명을 상대로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윤 전 총장은 32.4%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여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24.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14.9%)를 단번에 압도했다.

지난 1월 "살아가는 과정에 '별의 순간'은 한 번밖에 안 온다"며 윤 전 총장의 정치적 결단을 강조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잘 잡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의 급부상은 ‘반문'이란 상징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윤 전 총장이 4일 사퇴의 변으로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있기 어렵다"고 언급한 것도 현 정부의 검찰개혁에 맞선 자신을 ‘반문 대항마'로 각인시킨 계기였다.

‘윤석열 블랙홀’ 효과에 경계감

윤 전 총장의 급부상은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의 존재감을 약화시키는 ‘블랙홀’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윤 전 총장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내면 낼수록 함께 경쟁하는 국민의힘 주자들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KSOI 조사에서 야권 주자들의 지지율 성적표는 초라했다. 윤 전 총장을 제외하면 홍준표 무소속 의원(7.6%), 유승민 전 의원(2.0%), 원희룡 제주지사(1.3%) 순이었지만 세 사람의 지지율의 합은 윤 전 총장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전 총장으로 인해 대선을 위해 절치부심 준비하고 있는 당 내 주자들의 존재감이 사라져 버릴 수밖에 없다"며 "윤 전 총장이 여권의 견제를 받아 휘청거리기라도 하면 그 땐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의원은 "대선까지 남은 1년 동안 윤 전 총장과 당내 주자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경쟁 방식을 당이 찾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활용법' 엄두 못내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 활용법 구상에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윤 전 총장 주변과 정치권에선 '제3지대 세력화' 얘기가 나오는 데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윤 전 총장이 현재 모습의 국민의힘으로 걸어 들어올 가능성은 없다"는 회의적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8일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이 함께할 방법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본인 판단과 의지를 먼저 밝혀야 저희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양측 간 관계 설정이 변화할 가능성은 거론된다. 만약 국민의힘이 오세훈 후보로 선거를 치러 민주당에 승리할 경우 국민의힘은 향후 대선 정국에서 구심점을 확보할 수 있다. 윤 전 총장도 범야권 주자로서 대선에 임하기 위해서는 '국민의힘'이란 조직의 힘이 필요하다.

반대로 민주당이 승리하거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단일후보가 결정된다면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큰 폭의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보선에서 지면, 당(지지율)은 추풍낙엽처럼 떨어질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은 (서울시장 선거의) 여러 변수들을 관망하다가 국민의힘이 보선에서 패할 경우 제3지대에서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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