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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검장들, 에둘러 '중수청 반대'... 文대통령 메시지에 수위 조절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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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검장들, 에둘러 '중수청 반대'... 文대통령 메시지에 수위 조절했나

입력
2021.03.09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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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고검장 회의 개최...5시간여 논의?
중수청 설치 "일선 우려 인식 같이 한다"
조직 관리에 방점..."본연의 업무에 최선"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직원들이 고검장회의를 앞두고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직원들이 고검장회의를 앞두고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스1

검찰 조직이 당면한 최대 현안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시도에 대해 전국 고검장들은 8일 최대한 절제된 표현으로 에둘러 반대 입장을 표했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로 이어지는 중수청 신설을 두고 검찰 내부엔 상당한 반감이 퍼져 있는데도, 강도 높은 반발 대신 “일선의 우려에 인식을 같이 한다”는 낮은 수위의 표현만 사용한 것이다. ‘검찰총장 공석’ 상황에서 청와대ㆍ법무부와의 대립 양상을 만드는 건 이로울 게 없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대검에서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는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20분까지, 5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대검 차장검사인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주재한 가운데, 조상철 서울고검장과 오인서 수원고검장, 강남일 대전고검장, 장영수 대구고검장, 박성진 부산고검장, 구본선 광주고검장 등이 참석했다. 검찰 내 최고위급 간부들이 한곳에 집결한 데다, 조남관 총장 대행이 회의를 이끈 만큼 사실상 검찰 조직의 공식 입장을 정리한 자리였던 셈이다.

회의 종료 후 1시간30분 후쯤, 대검은 고검장 회의결과를 정리한 문구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의견’이라고 볼 만한 건 “형사사법시스템의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입법 움직임에 대한 일선의 우려에 인식을 같이 한다”는 정도다. 사실상 수사ㆍ기소 분리, 중수청 신설 시도에 우회적인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고검장들은 이어 “국민이 공감하는 방향으로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적극 개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정부ㆍ여권의 검찰개혁 방향에 거세게 반발하기보단, 국회 입법 과정에서 검찰 입장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재 검찰은 ‘총장 공백 상태에서 외부 세력이 조직을 흔들려 한다’는 상황 인식을 할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감정적으로 부딪히는 것보단, 청와대 입장에 맞춰 전략적 대응을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법무부 업무보고 때 검찰을 겨냥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감안해 수위를 조절한 표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고검장 회의 종료 무렵, “대다수 검사들의 묵묵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수청 설치 움직임과 관련, “구체적 실현방안에 대해선 절차에 따라 질서 있게, 그리고 또 이미 이뤄진 개혁의 안착까지 고려해 가면서 책임 있는 논의를 해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의 검찰 체제 유지보다는 중수청 신설에 좀 더 힘을 실어준 대통령 발언이 나온 터라, 검찰의 발표 문구도 ‘톤 다운’이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고검장들은 또, ‘조직 관리 논의’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이들은 “총장 공석 상황에서 검찰 구성원 모두가 흔들림 없이 국민권익 보호와 공정한 법집행이라는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자체 검찰 개혁도 차질 없이 수행하기로 했다”며 “산하 검찰청과의 소통 강화, 복무기강 확립 등 조직 안정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선 “혼선과 국민 불편이 없도록 제도 안착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도 했다. 수도권 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조 총장대행 체제가 달성해야 할 목적은 사실 현상 유지”라며 “고검장 회의 결론도 이 부분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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