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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충성맹세 안한 죄', 홍콩 공무원 200명 옷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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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충성맹세 안한 죄', 홍콩 공무원 200명 옷 벗는다

입력
2021.03.09 20: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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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中 전인대에서 선거법까지 개정되면
"홍콩 민주세력 공직 진출 통로 원천 봉쇄"

홍콩 시민들이 3일 재판을 받고 교도소로 돌아가는 민주화운동 활동가들을 격려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홍콩 시민들이 3일 재판을 받고 교도소로 돌아가는 민주화운동 활동가들을 격려하고 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충성 맹세를 안한 대가는 해고였다. 중국 정부가 홍콩 공직사회에 본격적으로 칼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시행에 들어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충성서약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원 200명의 옷을 벗긴 것이다. 위장 맹세 여부를 색출하기 위한 감시망도 가동한다. 법과 제도를 활용해 홍콩 민주진영의 공직 진출 싹을 자르려는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압박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홍콩 공무원 약 200명이 해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단초는 홍콩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공무원 18만명에게 요구한 충성 서약서였다. 200명은 ‘홍콩 기본법과 홍콩특별행정구에 충성한다’는 내용에 서명을 거부한 이들이다. 패트릭 닙 홍콩 공무원사무국장은 “미서명자는 공직에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했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공무원이 나라에 충성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해고 강행 방침을 분명히 했다.

서명을 했어도 추후 위반하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 서약문에는 ‘홍콩 독립이나 홍콩 전체 이익에 해가 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문구가 포함돼 나중에라도 반(反)중국 활동을 할 경우 언제든 공직에서 내쫓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가령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매년 6월 4일 열리는 톈안먼 추모 집회에 참석하는 것도 처벌 대상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차근차근 홍콩 공직사회를 장악해 왔다. 원래 충성서약은 행정장관과 고위공직자들만 하면 됐지만, 지난달 구의원까지 범위를 넓혔다. 충성서약을 거부한 구의원은 향후 5년간 선거 출마가 불허된다. 2019년 구의회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한 사실을 감안하면 이들을 정치권에서 몰아내겠다는 노림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대미는 11일 폐막하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채택이 유력한 홍콩 선거법 개정안이다. 초안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구의원에게 부여됐던 행정장관 선거인단 추천권(117명)이 삭제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인단 추천권마저 없으면 현재 범민주 진영이 장악(80%)한 구의회가 중국을 견제할 통로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선거법 개정으로 홍콩 민주화 세력의 정계 진출은 원천 봉쇄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실제 선거법 초안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NYT에 “중국에 충성하지 않는 사람들을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이라며 공직 길들이기 의도를 대놓고 드러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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